[프라임경제] "이 사건은 한화그룹이 1997년 7월 외환위기 직전 상황에서 부득이 한유통·웰롭에 대한 보증채무 1000억원을 인수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고금리 상황에서 한유통·웰롭의 부채는 이자액만큼 증가했고, 2005년을 기점으로 계열사들은 보증채무 해소 및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두 회사에 재원을 투입했다."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김 회장 변호인 측의 최종변론 서두다.
변호인 측은 "당시 제대로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점 등이 고려돼 배임행위로 판단됐고, 김승연 회장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에 관한 모든 피해회보 조치를 취했다. 이는 결국 당시 그룹이 부담하던 부실을 김 회장이 사재로써 보전해 준 것과 같은 것으로, 김 회장에 대한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로 변론을 완성했다.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상고를 거쳐 파기환송까지 길고 긴 법정다툼 끝에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의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김 회장 변호인 측은 이 같은 최종 변론을 통해 검찰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 김 회장의 양형에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점들을 지목했다. 내년 2월6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검찰의 사건 구성 개요에 대해 설명하고 △한유통·웰롭 △양도소득세 포탈 △동일석유 △다른 기업 횡령, 배임 범죄 사안과의 비교 등에 대해 최종변론했다.
◆한유통·웰롭 김승연 회장 개인 차명회사 아냐
먼저 변호인 측은 한유통·웰롭 소유논쟁과 관련 "두 회사는 김호연의 개인 차명회사였는데 김 회장이 이를 개인적으로 인수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잘못된 가정과 견강부회의 부당한 증거해석이 중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경위와 관련해 "두 회사의 인수가 김 회장과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의 상속분쟁 해결 대가"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변호인 측은 "당시 상황에서는 상속분쟁 해결의 대가가 논의될 여지가 없었고, 빙그레에 한정한 선택적 부도가 가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1997년 당시 금융위기 상황에서 빙그레의 도산으로 인한 중대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득이 하게 한유통과 웰롭의 지급보증을 인수하고 빙그레와 계열분리한 것이라는 역설도 보태졌다.
이어 한유통·웰롭에 대한 자금지원에 대해 김 회장 스스로 1997년 지금보증 인수 이후 자금지원 과정에서 계열사 간의 합리적 이해 조정이나 지원주체 계열사의 내부적 적법한 의사결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금지원 자체는 부득이한 지급보증 인수의 사후적 행위였고, 한화그룹 자체의 부담은 피할 수 없었지만 김 회장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변호인 측은 김 회장이 한유통·웰롭에 대한 부채해소와 피해해소에 적극 노력했음을 피력했다. 변호사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3000억원의 부채는 사실과 다르고 두 회사의 실제 부채는 2668억원으로 이 중 김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133억원, 화성토지개발 이익이 1072억원 현재 심리대상 전액 1597억원을 공탁해 완전한 피해 회복을 이뤘다"고 말했다.
◆진화한 재벌비리 전형?…비난가능성 오히려 낮아
나아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에 대해 "김 회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차명계좌로 관리되던 김 회장 소유의 한화그룹 계열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정리해 수사개시 시점에는 모두 정리했고, 포탈 세액 전액을 납부한 점을 양형에 감안해 달라"고 간청했다.
또 동일석유 저가 매각사건에 대해서는 "전체적 그림에서 보면 한화그룹이 보유하던 동일석유를 피고인 일가에 저가 매각한 사안이 아니라, 김 회장 어머니 차명소유회사인 동일석유를 어머니 뜻에 따라 그 딸에게 양도한 사안"이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취지는 아니지만 사정이 이와 같은 만큼 악의적이고 적극적인 사익추구형 범죄는 아니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이 진화된 재벌비리의 전형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검찰 측이 주장하는 '비공식적 본부조직'인 경영기획실 운영은 수십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특성상 계열사 간 연락과 이해관계 조율을 담당할 조직이었고, 김 회장 개인재산 보전을 절대 목표로 삼는 범죄집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이 진화된 재벌비리의 전형이라는 검찰의 평가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도리어 이 사건은 다른 대기업 비리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난가능성이 제일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한화그룹의 생존을 위해 경영권 및 모든 재산에 대한 포기각서를 채권금융기관에 제출하기도 했고, 그룹의 공멸을 막기 위한 그룹의 부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보전했다"면서 "이는 범죄를 통해 개인이 취득한 이득을 반환하거나 적극적인 가해를 가하고 그 손해를 보전한 것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