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척추장애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전남 여수 출신 고 손상기(1949-1988) 화백을 추억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여수지역 다목적문화예술공원인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여수시 및 손상기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27일부터 '손상기 25주기전(展)'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수 최초로 공개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2점을 포함해 모두 1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손상기 유작전은 2007년과 2011년 두 차례 열렸으나, 전시공간 규모나 시설이 열악해 손상기 작품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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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손상기 화백의 생전 작업실 풍경.ⓒ GS 예울마루 |
이번 전시는 크게 초기작과 서울 상경 이후의 시대로 구분된다. 손상기는 초기 여수의 바다와 어시장 등을 배경으로 작업했으며, 향토적이고 민속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린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서도 '자라지 않는 나무'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표작이다.
1979년 상경해 세상을 떠난 1988년까지 10년간 작품활동을 지속한 손상기는 이 시기 작품양식에 큰 변화를 보인다. 판잣집이 밀집한 달동네, 변두리 풍경 등 도시의 음산하고 우울한 풍경들을 짙은 회백색과 암갈색의 기조, 거친 스크래치 등으로 표현했다. '공작도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0년 드라마에 노출돼 유명세를 탄 '영원한 퇴원'도 이 시기 작품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부인인 김분옥 여사가 전시장에 직접 그의 아틀리에를 재현한다. 손상기 회고전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관객들은 아틀리에에서 유품과 드로잉, 오리지널 판화 등을 감상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작가정신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예울마루 이승필 관장은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자 지난해 사진작가 배병우, 올 4월 김곤에 이어 이번에 손상기 회고전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출신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