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농협금융 계열인 NH농협증권이 최종 승자가 됐다. 우리금융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금융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에 NH농협금융지주를, 우리자산운용에 키움증권을 각각 선정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지난 4개월간 진행된 우리금융 패키지 매각에는 농협금융을 비롯해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 등이 뛰어들었다. KB금융의 경우 우리투자증권 개별 매각가에는 NH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1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매키지 매각가는 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가 앞섰다.
농협금융과 함께 파인스트리트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으나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에 발목을 잡히면서 쓴잔을 들이켰다. 이에 NH농협금융은 1조1000억원에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우리금융 계열 보험과 저축은행을 챙겼다. 특히 NH농협증권의 경우 이번 인수전 성공으로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NH농협증권의 자기자본은 8782억원 정도지만 자기자본 1위인 우리투자증권(3조4729억원)과 합쳐지면 4조원대로 급증해 자기자본 2위인 대우증권(3조9612억원)과도 4000억원 가까이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IB)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조건도 덤으로 얻게 됐다.
이번 인수전으로 증권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 '빅5'는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NH농협증권이 새로 이름을 올리게 됐으며 자기자본 4조원대의 증권사 등장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인수 기대감에 NH농협증권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NH농협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3.64% 오른 512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 52주 신고가를 터치하기도 했다. 우리금융도 이틀째 상승, 인수에 대한 긍정적인 흐름이 포착됐다.
KB증권의 경우는 우리금융 패키지 인수를 발판 삼아 그간 약점이던 증권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다만 최근 현대증권을 비롯해 대우증권, 동양증권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재정비를 거쳐 새로운 매물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NH농협금융의 인수 조건에 우리금융 이사회가 "매각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단서를 붙여 협상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차순위 협상대상자에게 바통을 넘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 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협상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우리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는 KB금융지주를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이 제시한 단서조항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높이려는 일종의 언론플레이"라며 "그간 농협지주에서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큰 변화 없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