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앞으로 좀 더 나은 기업으로 재탄생 할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신의 파기환송심 마지막 결심공판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2시간의 공판 내내 간이침대에 누워 마지막 공판을 경청하던 김 회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2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상고를 거쳐 파기환송까지 길고 긴 법정다툼의 마지막날, 검찰의 구형은 날카로웠다.
이날 검찰은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김 혐의(특정법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이는 1·2심에서와 같은 구형이다.
당시 1심 재판부가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항소심에서는 1년 감형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것과 비교했을 때 검찰의 이번 선고는 형량이 높은 수준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자산기준 국내 10위 대기업 총수와 경영기획실의 불법에 대한 수사였던 만큼 수사 과정에서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했다"면서 "지금까지 재벌은 법치의 성역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지능적이고 교묘한 범행 수법을 이용해 계열사로 하여금 자신의 차명소유 회사(한유통·웰롭)의 빚을 갚도록 했다"면서 "이는 계열사 돈 수 천 억원을 들여 빚을 대신 갚아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성공한 구조조정은 더욱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범행을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검찰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선처 요구도 있지만 한화는 일시적인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까지 재벌에 대한 단죄는 경제성장을 핑계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는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신뢰사회를 뜻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구형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경영의 투명화는 물론 신뢰사회가 구현되기를 기대 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측의 구형에 대해 김 회장 변호인 측은 "오늘 구형은 파기환송 전 구형과 같다"면서 "이는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생각했을 때의 구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은 파기환송심으로 유무죄가 어느 정도 확정됐고, 피해금액 대부분을 공탁한 현 상황에서 원심 그대로의 구형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공탁으로 피해금액을 변제했다는 부분이 형량 감경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김 회장은 항소심 전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면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부분에 대해 공탁을 하고 변제를 한 것일 뿐 과연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구형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