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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뿌리 깊은' 대기업을 바라며…

나원재 기자 기자  2013.12.26 16: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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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 숨 돌렸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집중할 때가 됐다. 대기업의 오너십 강화와 경영권 방어에 대한 역량 집중은 어찌 보면 이제부터 본판에 오른 셈이다.

지난 23일 대기업 집단의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서 의결됐다.

이날 정무위를 통과한 신규순환출자 금지법은 박근혜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출자총액 제한 대상인 자산합계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은 계열사 간 신규출자를 하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 개정안은 연내 본회의 통과를 예상했을 때, 이르면 공포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주목할 점은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삼성과 현대차 그룹 등 기존 대기업은 예외라는 것. 다만, 더 이상의 지배력 확장과 경영권 승계 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예외 조항의 범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말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여야는 순환출자 규제 대상을 '기존순환출자'에서 '신규순환출자'로 합의점을 찾았고, 기존순환출자 중 유상증자 과정에서 지분율 범위의 변동이 없는 한 순환출자는 인정키로 했다.

유상증자에 따른 외부주주의 실권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올라가는 경우는 1년 내 그만큼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며, 구조조정에서 대주주의 출연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예외로 인정됐다. 마찬가지로 3년 내 해당 신규순환출자를 정리해야만 가능하다.

아울러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신규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할 때는 6개월 내에 해소해야 하며, 출자 고리 내 계열사 간 합병은 제한없이 신규순환출자가 허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의 부실계열사 지원과 부실 전이, 편법 승계 차단에 효과적일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예외 조항을 둬 경영 활동에는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신규투자에 대한 제약이 발생할 것이란 재계의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해석도 내놓을 수도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긍정적인 체질 변화는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도 일맥상통한다. 순환출자 구조 내 경영권을 통한 부당지원은 결국 동반 부실이란 엄청난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렇다고 STX그룹의 구조조정에서 보듯 지주사 체제가 마냥 안전하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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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의 스피드한 리더십은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적합하지만, 이제는 지구력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역량 집중을 통한 안정적인 오너십을 발휘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뿌리 깊은 나무는 가뭄을 타지 않는다. 환경을 탓하기 전, 안정적인 경영환경에서 우러나는 대기업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