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기자 기자 2013.12.26 14:27:29
[프라임경제] 박근혜정부 기조인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된 올해 정보통신기술 업계는 한마디로 다사다난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앞 다퉈 신제품을 쏟아냈고, 이통사들은 광대역 LTE를 두고 속도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통사 불법보조금 철퇴에 관련 업계가 술렁였는가 하면, 현재 계류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올해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정보통신기술(ICT) 행보에 업계 기대가 크다. 옛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융합으로 탄생한 미래부는 과학과 ICT 기술의 통합으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미래부는 출범 전후 한동안 '창조'에 대한 애매한 해석에 곤혹을 치른 바 있지만, 분산된 기능을 한 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부는 현재 관련 분야에서 활성화 대책 수립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관련 업계로서는 미래부의 방향성이 무척이나 중요할 때다.
◆이통3사 속도전 과열양상, 불법보조금 우려
올해 ICT 업계는 무엇보다 LTE 속도전에 역량을 집중하는 형국이다. LTE보다 2배 빠르다는 LTE-A가 등장하기 무섭게 광대역 LTE가 등장한 것. 지난 9월 주파수 경매 이후 광대역 주파수 대역을 차지한 이통3사가 광대역 LTE서비스를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
KT는 지난 9월14일 서울시 4개구 광대역 LTE 구축을 시작으로 서울·수도권 전역에 광대역 서비스를 상용화했으며, SK텔레콤은 지난 9월30일 서울 마포구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해 서울·수도권 지역에 광대역 LTE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LG유플러스도 연내 광대역 LTE 제공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광대역 LTE를 서비스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내년 광대역 3파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최대 속도 225Mbps를 제공하는 3배 빠른 '광대역 LTE-A'를 시연했다. 이처럼 이통사는 광대역 LTE 전국 상용화 완료 전부터 더 빠른 광대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 SK텔레콤 |
속도전 외에 화두로 떠오른 이통사 불법보조금에도 업계는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올해 이통사 불법조조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통3사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및 과징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방통위는 지난해 하반기 보조금 출혈경쟁을 일으킨 이통3사 모두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032640)는 1월7일부터 1월30일 △SK텔레콤(017670)은 1월31일부터 2월21일 △KT(030200)는 2월22일부터 3월13일까지 신규가입자 모집이 금지됐다.
그러나 영업정지 기간 불법보조금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방통위는 이통3사에 53억1000만원의 추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불법보조금을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의지에도 이통사 불법보조금 경쟁은 가라앉지 않았고, 지난 7월 방통위는 이통3사에 669억60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과 함께 이례적인 KT 단독 1주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오는 27일 이통사 불법보조금 관련 징계가 예고됐다.
◆단통법에 제조사 시름, 연내 통과될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도 업계 핫 이슈다.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을 없애 모든 사용자에게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법안으로, 단통법이 통과되면 이통사는 단말기 보조금 규모를, 제조사는 단말기 장려금 규모와 판매량을 공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005930)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해 정부와의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1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제조사 자료 제출과 보조금 상한제에 대해 3년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3년 일몰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3년'이라는 제한이 붙은 수정안이 제시됐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영업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고 이통사와 LG전자(066570)·팬택 역시 찬성 입장으로 순회하고 있어 삼성전자만 강력하게 반대를 내세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단통법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연내 통과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여야 의원들의 의견차이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파행을 빚고 있다.
◆무섭게 성장한 '알뜰폰' 이제는 '대세폰'
이통3사로 편중된 통신시장에 '알뜰폰'이라는 새바람이 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알뜰폰이 고가 요금제·단말기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알뜰폰 시장에서 낮은 가격은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에넥스텔레콤의 '1000원 요금제'는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체 요금제의 10% 가입자를 보유하며 주력 요금제로 부상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2만원 이하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은 4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74%에 달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1분기 68만명에서 올해 3분기 213만명으로, 분기 당 평균 약 21%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 전체 가입자 대비 비중도 지난해 1분기 1.3%에서 올해 3분기 3.9%로 3배 증가했다.
정부정책에 따라 보조금시장이 축소되고 단통법이 통과된다면,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알뜰폰은 이에 대한 후광효과를 톡톡히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체국·농협 등 알뜰폰 판매 채널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 또한 알뜰폰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이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자가 연말까지 250만명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350만명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휘는 스마트폰, 아이폰 신제품과 혁신대결
올 한 해는 휘어지는 스마트폰과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 등 꿈에 그리던 기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물론, 시장 반응은 야심차게 출시한 제조사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새로운 스마트폰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삼성전자의 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에 이어 LG전자도 지난달 12일 커브드 스마트폰 'LG G플렉스'를 출시했다. ⓒ LG전자 |
특히 'G플렉스'는 휘어진 모양의 '갤럭시 라운드'를 넘어 실제로 휘어지는 제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을 누르면 펴지지만 다시 손을 떼면 휘어진 모양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커브드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 하에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출시됐다. 애플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초기 평가와 달리 중국·일본 등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출시 3일 만에 9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아이폰5S는 스마트폰 처음으로 64비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A7칩이 탑재됐다. 지문인식 기술도 적용됐다. 아이폰5C는 아이폰5S에 비해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아이폰5C는 5가지 색상의 화려한 플라스틱 외관을 자랑한다. 아이폰5C가 출시됐을 때 파격적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스티브잡스가 싫어했던 플라스틱 외관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지난 10월25일 아이폰5S·아이폰5C가 출시됐다. 안드로이드 폰 강세로 인해 아이폰 열풍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이날 오후 3시부터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시작된 아이폰5S와 아이폰5C 온라인 예약판매는 각각 13분과 7분만에 선착순 5000명분이 마감됐다.
언락폰을 판매한 프리스비매장에서는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5월경 5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6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KT, 수난 어디까지?
올 한해 KT는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이석채 KT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 같은 혐의로 수장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부터 KT 본사 등에 대한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련 임원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KT는 무궁화위성 3호를 해외위성사업자에 불법으로 매각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에 미래부는 "전략물자인 위성에 대해 대외무역법에 따른 적법한 수출허가를 받지 않고 매각계약을 체결한 것은 강행법규 위반에 해당"한다며 매각계약 무효를 통보하고 위성서비스 제공용으로 할당됐던 주파수 중 일부대역(이하 Ka대역)에 대한 주파수할당을 취소했다.
그러나 매각계약 당사자인 ABS사가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황창규 신임 KT 회장 내정자가 선출됐다. 바로, 반도체 성공신화를 일군 '황의 법칙'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다. 황 내정자는 내달 27일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어, 업계에서는 KT를 일으키기 위해 그가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하고 있다.
◆박병엽 부회장 빠진 팬택, 살아날까?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주자인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지난 9월2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전 부회장은 1991년 29세라는 젊은 나이로 팬택을 창업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국내 휴대폰 3대 제조업체로 팬택을 성장시킨 주역이다.
박 전 부회장은 팬택을 떠나며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만을 드린 것 같다"며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전 부회장의 사퇴는 팬택의 경영실적 악화를 책임지기 위한 행보다. 팬택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팬택은 임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무급휴직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반등을 꾀해야 하는 팬택은 현재 이준우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이 대표를 주축으로 팬택은 사생활보호 기능을 강조한 '베가 시크릿 노트' '베가 시크릿 업'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 대표는 시크릿 시리즈 등 신제품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 팬택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는 대목이다.
◆게임이 마약과 같다니…게임중독법 논란 일파만파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은 '게임중독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게임이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4대 중독에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게임중독법 온라인 반대서명이 26일 31만명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서명은 '지스타 2013' 기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됐다. ⓒ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홈페이지 캡처 |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게임중독법에 대한 찬반논란은 게임업계 대 정부라는 양강구도를 넘어, 정치권·학부모·종교계까지 여파가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난달 14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에서 독일의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연방주가 한국 게임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게임규제로 인해 전도유망한 게임사들이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