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 민원처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분신 자살한 서모씨(43)가 A4용지 12장 분량의 유서를 남긴 가운데 이와는 별도로 시의원과 교수 등에게 수천만원의 로비자금을 제공했다는 '뇌물장부' 문건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6일 전남경찰청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분신자살한 서씨가 남긴 A4 5장 분량 문건에는 노관규 당시 시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지인 차모씨(41)를 통해 2011년 7월께 도시계획심의 개발분과위원들에게 4000만원의 금품로비를 시도했다고 적시돼 있다.
한 도시계획 위원은 '최소 5장'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그가 말한 '5장'은 5000만원을 지칭한 것으로, 양측이 로비금액 조정을 거쳐 4000만원에 상호 합의했다는 미확인 입소문도 타고 있다. 당시 도시계획위원들은 특정 시의원과 교수 등이었다.
위원들에 대한 청탁로비가 통했던지 그해 7월25일자로 주유소 신축에 대한 '조건부 승인'이 났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담당 실과가 조건부의결을 통보받고도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일주일 뒤인 8월2일자로 조건부 승인이 불허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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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의 민원처리 부당성을 알리며 분신 자살한 서씨의 유가족들이 지난 23일 시청 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있다. = 박대성 기자 |
이에 화가 난 서씨는 차씨를 통해 이미 투입된 4000만원의 회수를 종용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서씨가 지인 차씨를 통해 로비를 시도한 정황과 대화내용, 금품을 건넨 장소, 날짜, 그리고 주유소 신축 불허 이후 투입된 로비자금의 종용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해 사실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서씨가 여러차례 주유소가 불발되자, 급기야 금품 로비까지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씨의 종용을 받은 지인 차씨는 금품을 쥐어준 시의원과 교수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3500만원은 회수해 서씨에게 돌려줬지만, 나머지 500만원은 담당 국·과장 접대비 등의 활동비에 썼다며 반환요구를 무마시켰다는 후문이다.
이번 '4000만원 로비설'에 대해 건설업종에 밝은 한 시민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승인'된 사안을 담당부서가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마도 민원인(서씨)이 고분고분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은 강직한 인물로 보인다"고 주석을 달았다.
한편 서씨는 2008년 4월부터 순천시 야흥동 국도 2호선변 농지 2997㎡에 주유소 개발허가를 신청했으나, 순천시는 연접지규정과 우량농지를 이유로 승인을 불허했다. 이에 서씨는 불허에 밀리지 않고 충전소, 소매점, 농가주택 등으로 업종을 전환해 신청하는가 하면 시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으나 패소했다.
서씨는 이후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끝에 지난 20일 시청 안에서 분신자살했다. 서씨가 자살 하루 전인 19일 작성한 12장 분량의 유서는 시청 허가민원부서 공무원 8명을 실명 비판해 지역 관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