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3년 보험·카드업계는 금융당국 규제로 유난히 추운 한해를 보냈다.
보험업계는 상반기 금융감독원의 '보험 민원 감축' 지시에 따라 민원 감축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차 역마진 우려가 계속됐으며 당국의 RBC(지급여력비율) 규제가 강화돼 보험사들은 서둘러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에 나서게 됐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이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올 한해 보험·카드업계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누가 가져가나" 보험사 매물 속출
금융위원회는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 ING생명 |
ING생명은 2011년 11월 말 처음 시장에 매물로 나와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사회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
올해 보고펀드가 우선 협상권을 따냈지만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협상권이 차순위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 8월 초 배타적 협상권을 따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품에 안기게 됐다.
LIG손보는 구자원 회장 등 총수 일가가 LIG건설 '사기성 CP(기업어음)' 피해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결정하며 매각 대상이 됐고 우리아비바생명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일환으로 시장에 나왔다.
우리아비바생명은 개별 입찰에 나선 후보 3곳이 모두 인수를 포기하며 우리투자증권과 패키지 매각될 전망이다.
◆'리베이트'로 신뢰 잃은 보험왕
경찰은 지난 11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소속 설계사가 보험 가입 대가로 억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각자 소속 보험사에서 '보험왕'으로 뽑혔던 인물들이었던 만큼 파장이 컸다.
'보험왕 리베이트' 이슈로 업계 파문이 일자 감독당국은 모든 보험사 보험왕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각 보험사에 '명예설계사 등의 4대 모집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특별점검 실시 요구'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그 결과를 내년 1월27일까지 통보하도록 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 손보업계 '울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며 손보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마일리지, 블랙박스 특약 등 할인형 상품이 증가하고 온라인 상품 비중이 확대되며 대당 보험료가 줄었지만 사고율은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적자 개선을 위해 사고 횟수에 따라 차량보험료를 할증하는 차량건수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50% 줄여라" 보험사 민원 축소에 '안간힘'
보험사들은 올해 초부터 소비자 민원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지난 3월 선임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 민원 50% 감축'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며 보험들은 각자 민원 감축방안을 금감원에 제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에는 업계와 당국이 공동으로 '민원감축 표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블랙컨슈머 증가' 등의 부작용과 숫자 감축을 목표 삼은 민원감축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비판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넘기는 손보협회장 선임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8월 말 문재우 전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후 장상용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차기 손보협회장 선임은 선임과정이 보통 한 달 정도 걸리는 만큼 현재로서는 올해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손보협회 또한 아직 별 다른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후보로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박수원 전 금융감독원 감사, 고영선 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보험·카드업계 CEO 대거 물갈이
카드·보험사 최고경영자(CEO)가 유난히 많이 교체된 한 해였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9개 일반 손보사 중 6곳이 바뀌었고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수장도 교체됐다. 생명보험사 또한 삼성생명을 비롯해 6개사의 CEO가 변경됐다.
카드사의 경우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KB국민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의 수장이 바뀌었으며 내년에도 하나SK, 롯데카드, 비씨카드 사장 임기가 만료돼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연착륙' 밴 수수료 '안개국면'
'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도입되며 1년 가까이 끌어왔던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협상이 마무리됐다.
밴 수수료 개편으로 밴사와 카드사의 수수료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9월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집회 장면. = 이지숙 기자 |
그러나 밴 수수료가 개편되며 밴사와 카드사의 수수료 갈등이 심화했다. 밴사의 과도한 리베이트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밴사가 카드사와 수수료 가격을 협상하는 현 방식 대신 밴사와 가맹점이 직접 협상하는 '밴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밴 수수료는 기존 건당 113원에서 30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행과정에서 밴업계가 반발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날개 단 체크카드 '인기'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체크카드는 인기행진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현행 30%로 확대했다.
여신금융협회가 분석한 지난 11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체크카드 사용금액은 8조4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했다.
체크카드 한 장당 분기 사용금액도 2분기 22만1000원에서 3분기 24만5000원으로 올라 소액 위주였던 체크카드 결제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금리 '인하 압박'
12월부터 카드론, 현금서비스 대출금리가 본격 인하됐다. 우리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는 대출금리모범규준 준수를 위해 신규 대출고객을 대상으로 카드론 금리 평균 0.9%포인트, 현금서비스는 0.6%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연평균 금리는 각각 15.5%, 21.4%까지 떨어져 저소득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부담하는 대출이자는 약 2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8번째 전업카드사 '우리카드 등장'
우리카드가 지난 4월 국내 8번째 전업계 카드사로 재출범했다. 지난 2004년 카드대란 직후 우리은행으로 통합된 지 9년만이다.
우리카드는 출범 초기 체크카드를 앞세운 '하이브리드 카드'로 시장에 침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출범 초기 정현진 초대사장이 조기 하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강원 사장이 새롭게 취임한 우리카드는 내년 시장점유율 10%달성을 목표로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