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린 탓일까. 2012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국산차 브랜드들이 올해엔 초라한 성적표를 걱정해야할 입장이다. '신차효과'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대거 진행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노렸지만, 이 역시 하반기의 판매 하락세를 늦추지는 못했다. 다행히 긍정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요소들도 대거 포착됐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그리고 다운사이징 등 친환경 차종들이 대거 출시됐고, 3~5위 브랜드들의 반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국GM의 경우 이달 초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대부분을 한국GM이 생산하고 있는 만큼 생산물량이 최대 25% 줄어들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생산량 감소가 단기적으로 불가피해졌고 올 초 목표였던 내수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 도전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유럽 철수 방침은 한국GM의 인력개편 등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지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한국GM은 국내 내수시장 비중을 높이고 그동안 수출비중이 낮았던 신흥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생산중단 소식에 '다마스·라보' 효자 노릇
한국GM은 유럽 경기침체에 따라 쉐보레 수출이 부진한 영향으로 11월까지 누적판매가 전년 대비 2.1% 하락한 70만7678대의 수출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수시장에서는 전년대비 1.3% 소폭 증가한 13만3187대를 판매했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내수시장에서 한국GM은 전년대비 2.4% 증가한 총 1만4100대를 팔았다. 이는 올 들어 월 최다 판매이자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11월 기준 최대 판매기록이다.
한국GM은 오토캠핑을 통해 고객들이 쉐보레 RV차량의 매력적인 스타일과 다양한 장점을 체험하고 자연 속에서 가족과 풍성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한국GM |
무엇보다 한국GM 역시 최근 불어 닥친 캠핑 문화 확산의 영향을 받아 '쉐보레 RV(캡티바·올란도·트랙스)' 라인업이 올 들어 월 최다 판매수치인 총 3242대, 11월까지 누적판매로도 전년대비 41.8% 증가한 2만8010대를 내다파는 등 브랜드 판매실적을 뒷받침했다.
올란도는 연중 월 최다판매인 1714대가 판매돼 월 1500대 이상 판매기록을 4개월째 이어갔으며, 캡티바도 전년대비 46.7% 증가하며 RV 판매호조를 지원했다.
이처럼 한국GM은 외형적으로 월 판매는 물론, 누적판매에 있어 성장세를 보이는 모습이지만, 사실 올해 내수실적은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의 때 아닌 인기에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11월까지 다마스와 라보는 1만7883대 팔려 전년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두 모델을 제외하면 한국GM은 내수시장에서 전년대비 3%정도 감소했다. 이는 생산중단 소식에 다마스와 라보의 구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GM은 더욱 강화되는 환경규제 방안을 놓고 정부와 생산 지속 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내년부터 두 모델을 생산하지 않기로 한 상황. 더욱이 내년부터 다마스와 라보의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과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한국GM의 내년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따라서 내년에 별도 신차 계획이 없는 한국GM은 가솔린 모델만 팔고 있는 말리부 및 트랙스 등에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을 내세워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터보 삼총사·라인업 강화'로 두 자릿수 점유율 도전
위기에 처한 한국GM은 고효율 및 고성능 특성을 앞세워 다운사이징 시장을 확대하고 올해 9%대를 유지하고 있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내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트랙스를 선보인 한국GM은 이후 크루즈 터보(11월), 아베오 RS(12월)를 잇달아 출시했으며, 일명 '터보 삼총사'로 불리는 이 모델들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등 국내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다운사이징이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GM이 연이어 출시한 '터보 삼총사'가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 한국GM |
다운사이징 주력 모델인 쉐보레 트랙스의 경우 지난달 전년대비 33.2% 증가한 743대가 팔렸으며, 출시 이후 11월까지 총 7117대가 팔리는 등 꾸준한 판매량으로 한국GM의 내수 증가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아베오 RS는 강력한 터보엔진을 내세워 고성능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RS 모델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 사양을 적용해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내년 신차 계획은 말리부 디젤 모델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쉐보레 디젤 라인업을 보강하고 다양화함으로써 중형급에서의 상품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는 물량의 90%를 조달하는 한국GM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유럽 수출분의 감소를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계기로 삼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한국GM이 위기 속에서 어떠한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