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에이블(able)' 브랜드를 내세웠던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증권사 현대증권이 시장에 급매물로 나온 현 상황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범현대가로의 인수 가능성이다.
범현대가에 속한 현대차그룹은 HMC투자증권,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을 보유한 가운데 두 증권사 모두 중소형사인 만큼 현대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대형사로 발돋움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는 것.
실제 현재 금융투자업계에는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현대증권 인수 여부와 관련한 이슈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시장 나온 현대증권, 인수 가로막을 리스크는?
지난 22일 오후 현대그룹이 3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자사가 보유 중인 현대증권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23일 공시했다.
현대상선 분기보고서상 9월말 기준 현대상선이 가진 현대증권 주식 5307만736주의 장부가액은 5941억3800만원이지만 23일 종가 기준 시가는 3163억원 정도로, 장부가격이 시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과거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 이후 사명과 관련한 분쟁을 겪었던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루머가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
이에 대해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장부가 이상의 프리미엄으로 다소 비싼 가격에 나올 것이 분명한 현대증권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룹 측의 견해가 중요한 만큼 향후 매각 이슈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9월말 현재 현대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저축은행도 장부가액은 2670억원 정도지만 기업자본의 기초인 자기자본(순자산)은 1080억원에 그치고 있다. 또한 현대증권이 투자한 선박펀드도 올 상반기(4월1일~9월30일) 4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도 매각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현대증권 매각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이 증권사의 강성노조 문제의 경우 전일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이 "현대증권 재도약을 위해 합리적인 대화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혀 당장의 구설에서는 다소나마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갖고 싶던 현대 타이틀, 개명신청 있을까?
2000년 고 정주영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식 간 후계 다툼인 일명 '왕자의 난'이 발발했고 현대그룹은 기존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으로 나뉘게 됐다. 여기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존속시키며 현대가의 명맥을 잇게 했다. 이런 과거사와 맞물려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증권' 사명과 관련한 앙금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초 신흥증권을 인수한 현대자동차는 '현대차 IB증권'으로 증권사명을 확정했으나 현대그룹의 반대에 밀려 'HMC(Hyundai Motors Company)'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신설 증권사나 마찬가지였던 HMC투자증권은 '현대'라는 명칭을 증권사 상호에 넣어 현대자동차 계열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당시 현대그룹은 증권업종에서 '현대'라는 사명은 하나뿐이라며 현대자동차에 대한 상호사용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같은 해 CJ투자증권을 인수한 하이투자증권도 현대중공업도 사명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현대'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지켜본 후 직원 대상의 사명 공모를 진행했고 하이투자증권을 이름으로 정했다.
이런 전례도 그렇거니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단번에 대형사로 부상할 수 있다는 메리트에 따라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매물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지만 현실적인 인수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몇 년간 지속된 경기침체와 증시불황은 물론 'HMC'와 '하이투자'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도 과거에 비해 두드러질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사명과 관련해 "현재로선 자사 이름으로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현대'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사명은 그룹사와의 브랜드 연속성 면에서 고려할 수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현대증권 매각 이슈와 관련해서 연관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