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추진되는 정책이라고 해도 주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공청회를 통한 의견의 필터링과 여론수렴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긴 과정을 무난히 치러내고 결실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해당 관청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고 다른 여러 기관과 협력을 해야 하는 경우일수록 처음부터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는 기초공사를 탄탄히 한 덕을 보는 경우가 많다.
광주의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사례는 공청회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식, 활용해 주민 의견을 묶어낸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하는 사례로 의미가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립공원 신규 지정, 울릉도도 실패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위상을 높이자는 의견은 현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최근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이 이뤄질 때까지 긴 시간 신규 지정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대에 지정된 것으로 재산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민 반발이 거센 경우가 많아져 문민화 이후 지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울릉도의 경우 울릉도·독도 해상국립공원론이 부각돼 오고 있으나, 2004년에 이미 주민의 95%가 반대하는 등 지역 여론이 부정적이었다. 2011년 일부 국회의원들(독도영토수호 대책특별위원회)이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 검토를 요청했지만 경북도의회가 이에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으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주민의 여론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다.
◆시민단체 선구적 노력을 지자체에서 이어받다
광주의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은 지난 2000년 초부터 있었다. 당시만해도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위주의 운동이었으나 광주시와 인근 지자체의 추진 노력 부재와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 실패로 큰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다.
무등산 전경. ⓒ 광주광역시 |
그러던 중 2010년 강운태 광주시장의 취임과 함께 민선 5기 역점 시책으로 주목받으면서 재논의가 본격화됐다. 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브랜드화, 무등산 주상절리대 세계자연유산 등재지원 등 지역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조명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등산은 사유지 비율이 매우 높고(74.8%), 신규 편입지역도 대부분(95.6%)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광주광역시 환경생태국 자료) 사유재산권 침해나 지역 발전에 대한 소외감, 이중규제 우려 등으로 인한 주민 빛 토지 소유주의 반대가 심했다.
◆생물 보호 필요성 충족 위해 긴 수렴과 설득 레이스
무등산의 경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면서 야생동식물 보호 실효성 문제로 도립공원 시절보다 면적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문제가 부각됐다. 이는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할 과제를 광주 공무원들에게 부여했다. 노란선이 도립공원 경계, 붉은 선이 국립공원 확대안. ⓒ 광주광역시 |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의견의 수렴과 설득, 통합 과정 역시 더 중요해졌다.
국립공원 지정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에 시동을 건 지자체인 광주광역시가 인근 지자체의 의견 수렴과 협력 달성 등에서 구심점을 자임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의 이 같은 자신감은 공청회를 추진해 시민의 의견을 확인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2010년 9월 광역시 주관으로 시민공청회를 개최했고 이 시민 공감대를 기반으로 10월에는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후 관계 지자체 실무협의부터 관할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 의견 조회, 시민 공람 및 의견수렴 등 단계는 환경부 주관으로 진행됐지만 국립공원 예정지 인근마을 15곳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총 25회) 등 지속적 설득 과정에서 광주광역시에서 환경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 함께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무등산 국립공원의 야생생물 서식 자료. ⓒ 광주광역시 |
◆"공무원은 커뮤니케이터" 소통의 중요성 인식 성과
특히 일방적인 선전과 설득 과정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제출된 주민의 의견에 대해 국립공원계획 등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미반영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민원까지 협의하는 등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졌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유명무실하게 인식되거나 관 위주의 절차로 생각돼 온 공청회가 실질적인 수렴과 소통의 기회로 활용된 케이스로서도 의미가 있을 뿐더러, 공람과 주민설명회 등 공청회 절차를 보완하는 각종 정보의 공개 과정을 유기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울러 일방적 설득과 통보가 아니라 긴 호흡을 통해 도립공원 시절보다 오히려 더 큰 국립공원을 추진했다는 점, 광주와 화순, 담양 등 인근 지자체까지 생태와 문화의 공통체로 묶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공청회를 준비, 주도하는 공무원의 역할에서 다른 지자체나 중앙기관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으로의 진화가 이번에 이뤄졌다는 점 역시 광주 공무원들의 자신감과 소통 역량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 점도 특기할 만 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