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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제주해녀, 멀고도 험한 유네스코 가는 길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2.24 10: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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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의 대형 수족관이 건물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산호 기둥을 타고 자유롭게 헤엄치는 다양한 어종과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소리는 편안한 휴식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일의 특성상 일주일에 3번 정도 발걸음을 하게 되는 포스코의 대형 수족관은 저에겐 커다란 안식처인 셈이지요.

어제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 수족관으로 향했습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움을 뽐내는 물고기를 올려다보던 중 아쿠아리스트를 발견했습니다.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며 어울리는 아쿠아리스트가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한참을 들여다봤답니다.

   포스코센터 건물 한 가운데 자리잡은 대형 수족관. 형형색색 아름다운 물고기들과 유유자적 헤엄치는 아쿠아리스트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 이보배 기자  
포스코센터 건물 한 가운데 자리잡은 대형 수족관. 형형색색 아름다운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치는 아쿠아리스트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 이보배 기자

물고기와 아쿠아리스트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우리나라 '해녀'가 떠올랐습니다. 검은색 쫄쫄이와 수경, 오리발이 제법 비슷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최근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제주해녀문화를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대상 신청 종목으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는데요.

해녀문화는 해녀의 물질 기술을 비롯해 바다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축적된 오랜 경험과 지식, 다양한 해녀공동체와 의례 등이 포함되는 무형유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지난 2012년 한국 무형유산 국가목록에 등재됐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등재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를 토대로 하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 평가는 2015년 5~10월에 진행되고, 같은 해 11월 말에 열리는 유네스코 제10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유산은 모두 282건으로 우리나라는 최근 지정된 '김장문화'를 비롯해 아리랑·강강술래·판소리 등 모두 16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특히, 제주도는 2009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제주라는 지명과 함께 등재돼 '제주'와 '칠머리당영등굿'을 동시에 알리고 있습니다. 2015년 제주해녀문화가 등재되면 전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 번 제주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지 않은가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 역시 일본 해녀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해녀문화 부흥을 위해 중앙정부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칫 해녀문화를 일본에 선점당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해녀 등재에 나선 만큼 우리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나설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아가 해가 갈수록 해녀 수는 줄고 고령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의 보호 대책도 시급해 보입니다. 실제 제주의 해녀 인구는 1965년 2만3000명이었다가 1975년에는 8000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현재 4574명으로 5년 전인 5279명에 비해 15.4%나 줄었지요.

유네스코에 등재된 들 해녀가 없어져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내부에서 해녀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