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3.12.24 10:49:27
[프라임경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암 재발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아들인 이 회장 역시 투병 중 재판출석을 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마저 유산소송 중 암 재발로 투병과 송사에 얽힌 두 부자가 우울한 연말을 보내게 된 것.
현재 아버지는 암이 폐에서 부신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힘겨운 유산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아들은 건강 악화로 부인으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과 24일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재판이 연달아 진행돼 송사에 얽힌 삼성가 종가의 우울한 연말을 실감케 했다.
CJ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맹희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뒤 최근 정기 검진을 받던 중 부신으로 암이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고, 도쿄 모 병원에서 지난 16~19일 4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이와 관련 해당 관계자는 "이전 폐에서 발생했던 악성종양이 혈액을 통해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83세의 고령으로 수술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폐암 수술을 하면서 폐의 3분의 1가량을 절제했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은 부인 김희재씨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은 뒤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후 감염 우려에 따라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투병 중에도 지난 17일 첫 공판과 23일 두 번째 공판에 직접 참석했지만 "바이러스 수치가 높아지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됐다"는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두 번째 공판에서는 재판 도중 조기 퇴정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지속 투여 받고 있어 면역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있으며, 첫 재판 출석 후 감기 증상 등 극도의 피로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삼성그룹 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과 장손인 두 부자의 삶의 궤적은 보통의 재벌가 장자 집안과 다르다.
이맹희 전 회장은 삼성전자 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와의 불화로 그룹을 물려받지 못한 '비운의 황태자'였다. 동생인 3남 이건희 회장이 그룹 총수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이맹희 전 회장은 아들에게 피해를 줄까 그때부터 가정을 떠나 방랑했다. 이 때문에 이재현 회장은 아버지의 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했다.
이와 관련 이맹희 전 회장은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일이 바쁠 때는 일 때문에, 그리고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내가 여기저기 떠돌 때는 내 삶에 정신이 없어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애비였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현 회장은 아버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선대회장과 할머니 故 박두을 여사가 타계할 때까지 모시는 등 장손의 도리를 다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례식 때 영정을 든 사람도 물론 이 회장이었다.
한편, 이맹희 전 회장은 최근 아들의 검찰 수사와 투병 소식을 접하고 "선대회장의 뜻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이로 인해 아들 재현이가 고초를 당하는 것 같다"고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운의 황태자'로 동생과 유산소송 중 암이 재발한 아버지와 투병 중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아들. 대기업 회장 父子답지 않은 우울한 연말을 보내게 된 두 사람이 내년에는 힘차게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