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에 6년간 주유소 신설 민원을 제기했던 40대 가장이 행정기관의 횡포에 맞선다며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해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단순히 홧김에 자살한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한 민원인을 '이리저리' 돌리다 생죽음으로까지 비화된 불길한 전조현상이라는 지적까지 대두되고 있다.
23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7시40분께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시민 서모씨(43)가 서울의 한 병원에서 끝내 목숨을 잃었다. 서씨는 전날 오후 12시10분께 순천시청 정문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 다음 청사 내 민원실로 10m 가량 달려간 뒤 지인에 의해 소화된 뒤 119편으로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서씨는 자신이 주유소를 허가받기 위해 지난 2008년 4월께 국도2호선 도로변인 순천시 야흥동 144-15번지 논(전용면적 2997㎡)에 주유소 허가를 신청했으나, 순천시가 '우량농지지역'에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며 불허 처분했다.
|
|
|
전남 순천시 민원처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분신자살한 서모씨의 유가족이 영정을 들고 시청 현관을 찾아 오열하고 있다. 유가족의 요청으로 인물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박대성 기자 |
민원인은 이후 올 2월까지 가스충전소와 소매점, 농가주택 등으로 잇따라 업종을 변경해 건축물 신축허가를 냈지만, 순천시는 온갖 이유를 붙이며 불허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체의 건축물이 불허된다는 우량농지라면서도 순대제조공장과 무허가 조경수농장은 용인하는 등 일관성 없는 행위를 한 점이다.
이 과정에서 순천시 담당공무원들은 민원인 서씨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을 일삼는가 하면 일부는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철저히 민원인을 농락한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항간에는 서씨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서씨는 주유소 불허처분 때마다 전남도와 심지어 대법원까지 가는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결국은 패했다. 서씨 측은 소송에 진 것도 결국은 순천시가 대법원에 서류제출을 누락시켜 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생전에 "순천시가 불허된 주유소 부지와 동일지역에 허가가 떨어진 순대공장 등의 건축물에 대한 허가서류를 법원으로부터 제출통보를 받고도 제때 제출하지 않아 패소했다"며 "단순하게 이것만 비교돼도 승소할 수 있었다"고 말해왔다. 이때 서씨는 오랜 소송으로 인해 재산도 상당부분 탕진한 상태였다.
서씨는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지난 여름 1인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의회 상임위에도 출석해 행정기관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사안의 중요성에서 밀렸다.
이와 관련 한 시의원은 "도에서는 우량농지로 허가를 불허한 것은 잘못이지만, 연접지 제한규정에는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시청 자문변호사 2명에게 물었더니 찬반으로 갈려 강하게 추진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숨진 서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에 A4용지 12장 분량의 장문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에는 자신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의원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시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고압적 자세를 실명으로 혹독하게 고발한 내용이 담겼다는 전언이다. 이 유서는 조충훈 순천시장에게도 전달됐다.
이와 관련 순천시의 경직된 민원처리 행태에 대한 날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지난해 4.11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전임 노관규 시장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조직개편을 통해 '시민소통과'를 신설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민원인을 압사시킨 것과 다름없는 불통행정이라는 비판이다.
순천시는 뒤늦게 민원처리의 부당함을 시인하고 박모 국장과 김모 허가민원과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 시의회도 조사권을 발동해 서씨와 관련한 인·허가 행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 원점에서 재점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