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언제나 연말이 다가오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갔다'는 표현을 쓴다. 이 말은 어느 분야에 있던 공감이 되는 말이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짧기만 하다.
전광석화처럼 지나간 올 한해 취업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에 커리어(대표 강석인)가 2013년 10대 취업뉴스를 선정했다.
◆건설·금융·증권가 취업시장 '울상'
건설, 금융, 증권가 채용규모는 전년 대비 크게 줄며 시장 불황이 채용 한파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 수준이거나 소폭 줄었으며, 중형 증권사들은 내년까지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거나 미루는 곳이 많았다.
또 금융권의 올해 채용규모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 △기업, 7개 은행 기준 총 999명에 그쳐 지난해 대비 30% 감소했다.
건설사 채용 인원 역시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 SK건설 등 시공능력 평가순위 10대 건설사들은 올해 신입 공채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았다. 업계 1·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만이 예년 수준으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구직자 고민 더 키운 '탈스펙'
최근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학점과 공인어학점수, 자격증 등 '스펙' 중심 채용에서 탈피한 열린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노동위원회는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 차별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졸·고졸 간 차별뿐 아니라 출신 학교를 기준으로 하는 채용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
더 나아가 공공기관은 내년부터 서류전형 항목을 폐지하는 방안을 전면 추진키로 했다. 이는 획일화된 스펙보다는 개성 있는 경험이 담긴 '스토리'를 중심적으로 파악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잡페어 5분 자기PR'로 통과자에 한해 서류전형을 면제했고, △SK는 오디션 및 합숙을 통한 '바이킹 챌린지' △KT는 자기PR 형식의 '올레 스타 오디션' △기아자동차 '커리어 투어' 방식을 선보이는 등 대다수 기업들이 탈스펙 채용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런 탈스펙으로 인해 취업준비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할 것인지 혼란을 겪으며 탈스펙 채용 문화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키우고 있다.
◆말로만 고졸 채용, 사회적 차별 여전
올해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권에서 고졸채용을 확산하겠다고 했지만 1년여 만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고졸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졸채용에 가장 앞장 섰던 금융권은 당초 계획 2409명 중 61.7%만을 채용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내년 공공기관 채용계획 발표에서 고졸 신규채용을 올해 규모보다 23% 줄어든 1933명으로 잡았다.
특히 커리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졸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의 95.1%가 '여전히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해 인식상의 문제점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전형 보단 면접전형 중요
지난 2006년 이후 서류전형은 비중은 줄고 있는 반면, 면접전형 비중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1월 발표한 '2013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보면, 채용과정별 중요도는 면접전형이 2011년 56.3%에서 2013년 59.9%로 증가했지만 서류전형은 2011년 39.9에서 2013년 34.9%을 기록, 감소세를 보였다.
또 면접전형을 2회 이상 진행하는 기업 비율은 56.8%로, 1회 기업 43.2%보다 13.6%p 더 높았다. 기업은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서류보다 면접전형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보다는 복지 좋은 기업
구직자들은 대기업보다는 복지 좋은 기업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수영과 취미활동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고, 메일 한 통으로 휴가 결재를 받는다는 솔루션 개발기업 '제니퍼소프트', 직원들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 '유한킴벌리', 공동샤워 시설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 '한국 P&G' 등 구직자들은 '복지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었다.
실제 숨겨진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을 소개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유명한 대기업보다는 복지 좋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 같다' '연봉, 인지도 같은 조건보다 복지가 잘 된 기업이 제대로 된 기업 같다' '숨어있는 좋은 기업을 찾는 정보력이 관건' 등의 의견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는 복지 좋은 기업에 대한 구직자의 관심이 여실히 반영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직자 두 번 울리는 '취업난·취업사기'
대출사기, 다단계 유입, 금품요구 등 최근 구직 희망자를 노리는 취업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구직자를 노린 대출사기 급증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까지 했다.
실제 취업포털 커리어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22.3%의 구직자가 취업사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올해 12월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4.9%가 증가한 27.2%가 취업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업사기 피해 중 37.3%가 채용공고 내 '고용조건의 허위 및 과장'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단계 유입' 19.5%, '금품요구' 8.6% 순이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에 있어 회사측의 일방적인 채용 취소 통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취업사기 예방과 대응에 대한 인식변화가 시급했다.
◆공무원 만이 살길, 경쟁률 고공행진
통계청의 2013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이들이 일반기업 대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선택한 이유는 현실적이다. '스펙' '스토리' 등 준비하고 갖춰야 할 것들이 많은 대기업·공기업의 좁은 문을 뚫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필기시험 점수로 합격, 불합격의 판가름 나는 공무원 시험은 '평등한' 잣대가 있는 취업시험인 셈이다.
다만 공무원 시험의 합격인원은 한정돼 있어 공무원 시험 재수생, 삼수생, 사수생이 늘어가는 것도 현실이다. 높아진 취업 문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숨겨진 강소기업을 찾아라"
작지만 강한 기업 '히든챔피언' 기업들에 눈을 돌리는 구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외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대기업 수준의 복지와 연봉,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입사하는 스마트 구직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히든챔피언' 기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와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기업 △세계 또는 국내 1·2위 제품생산 및 기술력을 갖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 △대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으며 해당 업종 매출 상위기업 △차세대 유망 첨단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속한다.
구직자 사이에서도 '숨어있는 히든챔피언' 기업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데, '히든챔피언' 기업의 경우 구직자가 원하는 좋은 조건들을 갖췄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해당 기업을 찾아내고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정보력이 히든챔피언 기업 취업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취업트렌드, 스마트하게 변모
기업들이 '참여형 공모전'을 인재확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참여형 공모전이란 일정기간 기업이나 단체의 사업활동에 직접 참여해 경험을 쌓는 현장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으로 △기업 마케터 △서포터즈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단 △모니터 요원 △리포터 및 학생기자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참여형 공모전은 경험을 중시하는 현재의 인재채용 방식에 비춰봤을 때,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한방에 사로잡을 수 있는 이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SK에너지 유스로거 △KT&G 역사탐방단 △현대글로비스 'Young GLOVIS 리포터' 등이 대표적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취업시장 '시간제 일자리'
정부는 최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해 시간제 일자리 채용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은 내년 7급 이하 신규채용자의 3%를, 2017년 국가공무원은 6%, 지방공무원은 9%까지 높여 총 4000여명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 △롯데 △신세계 △CJ 등 10개 주요 그룹 82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도 개최돼 1만700여명을 채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