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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금융 10대 이슈] 저수익에 몸살, 매각·인사에 후끈

각종 사고로 투명성 제고 주문 높아져…분주한 내년 기약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2.23 11: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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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수익이 나지 않아 추운 바람이 연중 분 것 같은 한 해였다. 내부 통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툭툭 모습을 드러냈고 일자리가 줄어들지나 않을지 우려가 높아졌다.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이 교체되고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에 재시동이 걸리는 등 이슈가 불거졌음에도 좀처럼 화색이 돌기보다는 이 소식이 또 어떤 파장으로 돌아올지 조심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계사년 한해, 동면을 하며 지혜를 궁리하는 뱀 같았던 은행권이 내년에 보일 행보가 기대되는 가운데 당국이 구두끈을 조여매고 다시 뛸 양상 역시 주목된다.

◆'저수익 폭풍' 바젤 III시대 앞두고 체력강화 계기될까?

올해 금융계가 저수익시대의 터널을 통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했다. 올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익은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5000억원)대비 58.9%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은행권에는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살빼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조직을 거느린 채 수익성을 개선하는 과제를 져야 하기 때문이다.

9월 말 자료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은행의 영업이익을 직원 총수에 따라 나눈 1인당 영업이익은 5952만원으로 2011년 1억3000만원선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바젤 III시대 기준을 맞추는 것도 수익성에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다만 긍정적인 내년 국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7조4000억원을 기록해 올해 말 순이익 추정치인 5조3000억원보다 약 39.6%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긍정적 신호도 있다.

금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4년도 은행산업 전망 및 위험요인'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기준금리 상승 여파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개선 가능성이 높고,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유지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건설·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중심으로 잠재적 부실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고, 부채가 많은 대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회가 오긴 하겠지만, 막상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은행계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차원에서 먹이를 발견할 때마다 곳곳에서 치열한 쟁탈전을 펼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우리금융그룹 매각 시동, 해피엔딩 여부 눈길

공적자금이 드디어 회수의 출구를 만나나?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고 첫 단계로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계열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서 증권계열 매각이 진행되고 이후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통합한 후 내년 초 매각에 나서는 일정이다.

  저수익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금융계는 어느 해보다 추운 한 해를 보냈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4대 금융지주인 신한-우리-하나-KB금융지주 각 본사 사진. Ⓒ 프라임경제  
저수익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금융계는 어느 해보다 추운 한 해를 보냈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4대 금융지주인 신한-우리-하나-KB금융지주 각 본사 사진. Ⓒ 프라임경제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라는 문제에서 매번 발목이 잡혔던 것처럼 이번에도 제값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우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의 경우, 패키지 매각을 했다가는 실제(적정) 값어치보다 더 싸게 팔았다는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분리 매각을 할 경우 대원칙에 어긋남과 함께 민영화가 지체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나오는 등 어느 한 쪽을 선뜻 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일괄 매각이 맞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이 같은 브레이크는 일단 풀릴 전망이다.

다만 지방은행 매각 과정 등 여러 고비에서 보듯 정부 투자기관이나 다름없는 기업은행이나 농협의 참여 논란, 사모펀드 배제 여부에 대한 논쟁 등 그동안 등장했던 여러 난제들이 산발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금융권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겪어 온 모든 불안감이 응축된 것을 이번 우리금융 고비를 통해 풀고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CEO들의 교체와 연임

올해의 최고경영자(CEO) 인선 국면은 외부인이 부각되기보다는 내부 코드가 강세를 띤 한 해였다. 지난 봄에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선출된 이순우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재임한 바 있는 내부 출신 인사다.

신한금융그룹은 한동우 회장이 연임을 확정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후보군에서부터 신한 출신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구도가 확인돼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에 이변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의 새 수장이 된 임영록 회장은 관료 출신이기는 하나 KB으로 옮겨와 일하던 중에 발탁됐다. 이건호 행장 역시 연구기관 출신으로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은행권에 들어온 경우다.

농협금융그룹의 경우는 전 국무총리실장인 임종룡 회장이 사령탑에 앉았다. 이는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상 비중있는 인선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내부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듯,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1981년부터 농협에 몸담아 온 김주하 신임 행장을 지목해 러닝 메이트 역할을 맡긴다.

올해 등장한 지도부는 어떤 형식이든 자기 금융회사에 가장 적합한 역할 모델 부여와 동력 마련을 위해 후속 인선 등에서 나름의 색깔을 드러내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곳곳에서 불거진 내부통제 실패

KB국민은행은 국민주택채권의 위조와 일본 도쿄지점의 비자금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국민주택채권은 시효가 만료되면 국고로 귀속된다는 점, 또 이를 구입한 이들이 세금처럼 생각해 긴 만기 이후 사실상 잘 챙기지 않는다는 점 등을 악용한 사례였다.

시효가 가까운 채권을 위조, 이를 영업점 직원을 통해 현금화하는 수법을 사용했는데 우연히 이를 인지한 영업점 측의 보고가 없었다면 더 장기간 반복됐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도쿄지점 비자금 논란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검사를 통해 전모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외국계인 씨티은행과 SC은행도 올해 내부통제 몸살을 앓은 케이스다. 이들 은행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이슈가 불거졌다.

인력 운영 와글와글…영업점 줄이기 바람 타고 재배치?

은행원은 고액연봉 논란과 전문성을 기르기 쉽지 않다는 문제에 늘 시달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계가 현재 몸집 줄이기 차원에서 영업점포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 중심의 경영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인력 재배치 문제가 은행계의 과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고객 응대 중인 일선 은행원 모습. Ⓒ 프라임경제  
오프라인 영업점 중심의 경영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인력 재배치 문제가 은행계의 과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고객 응대 중인 일선 은행원. Ⓒ 프라임경제
우리금융연구소 등은 미래비용구조 개선 측면에서 각종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은행의 영업패턴이 시중 영업점 중심에서 탈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도 점포 줄이기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영업점 다이어트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을 폐쇄하더라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되는 곳에 신규 진출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영업점 근무 은행원들은 점포가 폐쇄돼도 다른 조직으로 흡수되는 방향으로 조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SC은행의 경우는 본점 조직 슬림화를 통한 재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퇴직 압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골드뱅킹, 상처뿐인 승리? 은행권 소득은?

골드뱅킹(Gold Banking) 상품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 소득세를 부과했던 과세당국의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골드뱅킹 상품은 고객이 은행에 원화를 입금하면 은행이 금에 투자, 출금 요구 때 이익분을 금 실물 혹은 금액으로 지급받는 상품이다. 몇해 전 국제 금시세가 폭등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끌어 모았다.

국세청은 지난 2011∼2012년 기간 신한은행이 골드뱅킹 고객들에게 지급한 이익이 금 시세 변동에 따른 매매차익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에 배당소득세 원천징수분 및 법인세, 고객에게는 이익분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각각 부과해 높은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한은행은 이에 불복, 소송전으로 비화됐고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드뱅킹은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금을 매입하는 것이고 인출 때 다시 고객이 은행에게 금을 매도하는 '실물 금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한 현행 소득세법에서 금 매매차익은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금융권의 창조적인 상품 설계에 과세 당국이 무리한 잣대를 적용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릴 사례로 기롤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다시 늘어나 위험 징후 '1000조원시대'

한때 고삐가 잡히는가 싶었던 가계대출이 다시 질주하고 있다. 12월 중 이미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은 데에는 부동산을 부양하는 수단으로 빚을 내 집을 사는 구조를 당국이 묵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제2금융권 부채의 증가 상황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은 데에는 부동산을 부양하는 수단으로 빚을 내 집을 사는 구조를 당국이 묵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제2금융권 부채의 증가 상황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 프라임경제
가계대출 증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탓이 크다.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독려하는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는 구조를 택했던 이유에서다.

8·28 대책 등으로 주택매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전월세 대책으로 전세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실제 대출잔액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이 411조4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늘었다.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등 기타 대출의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착륙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대출 상환능력이 모두 뒷받침되는 대출인지 여부가 회의적이다.

IMF 신용불량자 구제, 15년만의 경제적 외출

외환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가 IMF 관리 체제로 들어섰던 1997년 말 이후부터 신용카드 과다 위기 무렵까지, 한국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낙인이 찍힌 이른바 '신용불량자' 중 일부가 올해 구제의 단비를 만났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5월 이번 구제 대상으로 혜택을 볼 이들의 규모가 상당하다. 외환 위기 당시 부도율이 급등했던 1997년부터 2001년에 도산한 중소기업에 대해 연대 보증한 채무자가 이번 구제 대상이라고 잡으면 연체 정보 등 불이익 정보 등록자 1104명, 연체된 보증채무 미상환자 11만3830명이며 총채무액으로 따져도 13조2420억원이나 된다.

아울러 당국은 이런 이들에 대해 은행연합회에서 지속 관리하면서 '괴롭혔던' 관련인 정보까지 삭제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이미 빚으로 내몰린지 1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관리와 추심 지속의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대승적 관점에서 앞으로의 경제적인 활동의 숨통을 틔워줄 시혜의 대상으로 봐야 하며, 우리 사회로 재편입될 수 있도록 해 '국민 대통합의 긍정적 효과론'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재형저축, 기대 못 미쳐도 관심 환기시킬 역할로는 충분?

빚을 내서 사는 게 오히려 정상인 시대가 열리면서 저축률이 크게 하락했다. 당국이 고심 끝에 추억의 저축 독려 상품인 재형저축 아이템을 되살려 낸 배경이다.

이 같은 재형저축의 재등장은 저금리 정책이 길어지며 정부의 금융 지원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는 데 큰 원인이 있다. 아울러 특히 '100세 시대 은퇴 준비'가 금융권 과제로 떠오르며 세제 혜택의 중요성이 커졌다. 재형저축은 일반 적금보다 이자율이 높으면서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허용됐다. 정부는 연봉 5000만원 이하, 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과거의 재형저축과는 비교가 어렵다는 한탄이 곧 나왔다. 근로자의 목돈 마련에 큰 힘이 됐던 '원조'와 비교할 때에는 3~4%에 그치는 등 이자가 낮아 인기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출시 첫날에는 약 30만개의 계좌가 신청됐으나 3월 139만개, 4월 164만개 등 증가율이 차츰 둔화돼 갔다. 결국 가입 자격을 갖춘 근로자 900만여명 가운데 가입자 수는 171만명(19%)에 불과했다.

다만, 연간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주식형 펀드에 5년 이상 가입할 경우 최대 연 240만원의 소득공제혜택을 주는 '장기세제혜택펀드'가 도입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재형저축 구도는 국민적 관심 환기는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마중물 역할은 한 만큼, 앞으로 이 효과를 이을 다른 정책적 묘수들의 등장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기업 유동성 점검, 컨트롤타워 만들어 관리

현대그룹·한진그룹 등 대기업집단의 유동성과 자구계획 등을 점검할 필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권에만 이를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당국이 참여하는 컨트롤타워가 이번 연말 위상을 드러내고 본격적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구조조정 등 이슈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하는 한편, 쌍용건설 등 채권단 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는 기구의 역할론도 증대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관계자가 모여 첫 '구조조정 실무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은 실무회의지만 그동안 위기를 모두 근원까지 제거하기보다는 일시적 처방에 급급했던 상황에 대한 반성에 따라 적극적인 금융 관련 대책을 다각도로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