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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술 선언 현대그룹, 재도약 or 동양 전철 답습?

대북사업과 해운 등 위주 재편, '안정적 현금장사' 부족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2.22 16: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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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의 매각을 통한 금융업에서의 철수, 그리고 남은 계열사들의 군살빼기와 자산매각. 현대그룹이 22일 강도높은 조직개편 수술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산업계 내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수술을 통해 기계와 해운, 대북사업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는 한편 빚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게 된다.
 
이번 조직개편은 현대그룹이 '자발적'인 개혁이라는 명제 하에 체면을 세우며 나갈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비상구'였다는 풀이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출구전략'이라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올해 9월 현재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214%에 달하고 차입금의존도는 81.7%에 이른다. 해운업황이 악화되면서 손실이 누적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총 1조억선의 자금을 갚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듬해인 2015년에 만기도래하는 부채만도 8800억원인 만큼, 일부 계열사를 잘라내 매각해 자금화함으로써 부족한 실탄(11월 기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6500억원)을 대거 확충하자는 시도로 이번 조치가 평가되고 있다. 
 
◆신속인수제 참여로도 신뢰획득 실패? 외환은행과 극한 대립 2010년보다 위상 저하?
  
   현대그룹이 강도높은 조직의 개편을 추진, 채권단 압박을 털어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수술이 오히려 경기를 심하게 타는 업종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와 동양의 캐시카우 부족 상황을 답습케 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사진은 현대그룹 본사. ⓒ 프라임경제  
현대그룹이 강도높은 조직의 개편을 추진, 채권단 압박을 털어낼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수술이 오히려 경기를 심하게 타는 업종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와 동양의 캐시카우 부족 상황을 답습케 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사진은 현대그룹 본사. ⓒ 프라임경제
이번 조치는 특히 그 배경,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참여'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온 것이 큰 효과를 못 얻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자금지원에 앞서 현대증권 매각 고강도의 자구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2011년에, 신용공여액 미달로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바 있다. 특히 현대그룹의 경우 재무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며 외환은행과 소송전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치러내던 강경한 태도에서 반 뼘 물러설 만큼 그간 사정이 달라졌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해운업 등 사정이 오리무중이고, 현대와 비슷한 시기에 주채무계열 제외 대열에 섰던(2010년) 동양그룹이 최근 자금조달 문제의 허점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면서 금융권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질 수 있었던 상황 변화도 현대측에는 유리하지 않게 작용했다.
 
◆안정적으로 자금줄 되어줄 곳은 어디? 동양사태 타산지석 관건

이처럼 뼈를 깎는 고통을 택한 만큼, 이번 개편이 가져올 영역의 축소가 빛을 발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그만큼 높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다른 기업들의 실패 사례 등을 면밀히 살펴 실패보다 성공으로 연결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 상황에서는 과거 금융권과 주채무계열 제외 문제에서 유사한 행보를 보였던 동양 상황을 연구할 필요가 높다는 해석이다.

이번에 증권업, 호텔 등을 떼어내는 선택을 하면서 남기는 업종(물류와 기계, 해운, 현대아산)들이 경기나 정치적 상황을 외풍을 심하게 타는 업종(특히 대북사업과 해운이 그러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시각이다. 동양그룹의 예를 보자. 동양측은 2001년 계열분리 과정에서 오리온그룹에 식품처럼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넘긴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불황에도 강한 알짜 캐시카우를 넘긴 것이 자금의 흐름 문제에서 독이 됐다는 것이다. 식품사업은 소비자들의 기본 욕구와 직결돼 불황에 강한 대표적인 업종인데 동양그룹에 남은 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는 산업이 주류였다. 오리온과 게열을 분리하지 않았거나 혹은 넘긴 업체 같은 캐시카우를 하나 길렀다면 상황이 적잖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현대와 동양 모두 능력이 있는 증권사 등 금융권을 거느렸지만 이 힘을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에 쓰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능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데 100%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 증권업계 불황 등으로 여력을 소모했거나 사기성 어음 판매 등으로 소진했다는 점 역시 비극적인 공통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조정은 그래서 현대그룹에게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알짜 캐시카우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풀 것인가? 이번에 모처럼 조달하는 실탄을 무의미하게 까먹는 시간만 보낼 게 아니라 그 전에 돌파구를 찾는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