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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OB멤버 이라크로 간 까닭은?

장기 경험·생생 노하우 갖춘 50대 후반 유경험자 실전배치

박지영 기자 기자  2013.12.19 10: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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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한화건설 OB(올드보이·선배)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지역에 1830ha(약 550만평) 규모 신도시를 짓는 것으로, 서울 여의도 보다 6배나 큰 규모다.

그만큼 투입되는 전문인력도 많다. 이를 위해 한화건설은 중소자재 및 하도급업체 100여곳과 함께 국내인력 1500여명을 이라크에 파견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지난 4월 일자리 창출 모범사례로 꼽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으로 파생된 일자리는 연 55만. 여기에 발전소·병원 등을 추가 수주할 경우 연 7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라크현장 "실버세대가 뛴다"

"다년간 해외현장 경험으로 이곳 현장 물과 전기는 저희가 확실히 책임지고 있습니다."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서 근무하는 조성진 반장(57)과 김정기 반장(58)은 이른 아침부터 정수장 시설을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이라크 물은 석회질이 많고 오염도가 높아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건설산업 현장 실버근로자 한 명이 2~3명의 신입사원을 집중 육성하고 신입사원들은 각각 수십명의 현지근로자를 관리한다. ⓒ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건설산업 현장 실버근로자 한 명이 2~3명의 신입사원을 집중 육성하고 신입사원들은 각각 수십명의 현지근로자를 관리한다. ⓒ 한화건설
이들이 맡은 임무는 2만여 인력이 머무는 베이스캠프 운영설비를 관리하는 것으로, 직원들이 자고 있는 새벽 4시30분부터 캠프운영 관리팀 일과는 시작된다. 일과시간이 끝나도 관리팀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식수와 전기는 더운 중동지방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만큼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달려가야 한다.

조 반장은 1982년 사우디 정유공장 건설현장에서 2년6개월·리비아 배수로 공사현장에서 1년6개월 등 4년간, 김 반장은 1980년부터 6년간 사우디·요르단 등 삼환기업 건설현장에서 기계설비분야 업무를 도맡아 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50대 중후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화건설 이라크 현장에 지원한 이유는 단 하나. 1980년대 중동 건설산업 붐을 일으켰던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해외건설 산업의 첨병' 꿈을 다시 펼치기 위해서다. 

조 반장과 김 반장은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요즘 50대는 아직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한화건설과 함께 이라크의 역사적 현장에서 그동안 익힌 해외현장 경험과 지식들을 후배 신입사원에게 전수해주며 일하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에 관해 노련미와 원숙미를 보여주는 이들 실버근로자 옆에는 열정과 패기가 느껴지는 20대 초반 신입사원이 항상 함께한다. 실버근로자 1명당 신입사원 두세 명을 맡아 집중육성하고, 신입사원은 현지근로자 수십명을 관리하며 현장업무를 지시한다.

신입사원들은 실버근로자 기술과 해외현장 노하우를 배우고 현지근로자들을 지휘하는 통솔력까지 키우게 되는 셈이다.

◆실버인력 채용…협력사로 이어져

실버근로자와 신입사원 간 사이는 업무상 멘토·멘티 관계를 넘어 아버지와 아들처럼 끈끈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 초 한화건설에 입사한 박재한 신입사원(20)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대한 가르침과 인생경험도 함께 배우고 있다"며 김 반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반대급부 격으로 신입사원의 도전정신과 패기도 실버인력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캠프운영팀 김용제 매니저(52)는 "기초지식을 알려주면 현장경험을 통해 바로 이해하는 사원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년이 채 안 된 사원들이 영어로 현지직원들에게 능수능란하게 전달하는 적응력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정기 반장(가운데)과 조성진 반장(우)이 박재한 신입사원(좌)에게 정수장 설비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 한화건설  
김정기 반장(가운데)과 조성진 반장(우)이 박재한 신입사원에게 정수장 설비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 한화건설
실버채용 효과는 비단 한화건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까지 이어진다. 비스마야 신도시에 참여하는 국내 협력사들 역시 능력과 경험이 있는 실버인력을 채용해 부족한 해외경험을 채우고 고용창출에 이바지한다.

박병권 소장(58)은 한화건설 협력사인 조일ECS에서 파견된 PC Plant 전기 현장소장으로, 한국직원 13명과 현지근로자 138명을 관리 중이다. 주 업무는 비스마야 신도시에 들어서는 자재생산공장 전기라인 공사 및 기계동력 설치.

1978년 삼호주택 쿠웨이트 현장에서 1년 반을 근무하며 해외생활을 시작한 박 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년, 일본에서 3년을 일한 해외현장전문가다. 뿐만 아니라 진해STX조선소·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건설현장에서는 현장소장으로 참여했으며, 중국 STX 대련조선소에서는 관리부장으로 근무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STX중공업에서 일하며 이라크 STX 까르발라 발전소를 완성시켰다.

눈에 띄는 점은 박 소장 휘하 한국직원 13명 중에는 같은 56년생인 58세 직원이 2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60년생 54세 직원도 있다. 이들은 모두 박 소장이 직접 선발한 사람들이다.

박 소장은 "같이 일할 사람을 데려올 때는 능력을 보고 데려오지 나이는 상관없다"며 "나도 내일모레 환갑이지만 70세까지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탈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승연 회장 뜻 '함께 더 멀리' 실천

한화건설의 실버인력 채용에는 김승연 그룹회장의 뜻이 담겨있다. 김승연 회장의 상생경영철학은 '함께 더 멀리'. 차별 없는 능력중심의 인재채용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화건설은 현지파견 경력직 채용자 중 약 20%를 55세 이상 실버인력으로 메웠다. 해외건설 근무경험이 20년 이상 된 실버세대 경력자들을 현장전진에 배치시켜 첨병 역할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앞으로도 현장 투입인력 중 10%를 경쟁력 있는 50대 중동건설 유경험자들로 채우고 나머지 90%는 열정과 패기가 있는 청년층에서 뽑아 이라크 신도시사업을 성공리에 수행할 방침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10만호 건설공사 중심업무지구(CBD) 조감도. ⓒ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10만호 건설공사 중심업무지구(CBD) 조감도. ⓒ 한화건설
한화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및 신규 일자리 창출정책에 발맞춰 실버인력에 대한 채용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며 "동시에 김승연 회장이 강조하는 능력중심의 인재채용 이념을 반영해 고졸채용자도 지속해서 확대 선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건설은 지난해 8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학력·나이 제한 없이 건설분야 유경험자 및 아랍어 전공자 중심으로 인재채용을 하고 있다.

한편, 한화건설이 지난해 5월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약 80억달러(한화 9조원) 규모로 우리나라 해외건설 사상 가장 큰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9월 1차 선수금 7억7500만달러를 받았으며, 10월 2차 선수금 3억8750만달러를 수령했다.

총 공사기간은 7년으로 설계·조달·시공 모두 한화건설이 진행하는 디자인 빌드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