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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논란·전방위 세무조사…몸 사리기 급급했던 식품업계

[2013 연말결산] 경기침체·규제강화까지 경영환경 어려워

조민경 기자 기자  2013.12.18 15: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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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 한해 식품·외식업계에는 '몸을 사리자'는 분위기가 짙게 드리웠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갑을논란 파장, 외식업종 중소기업(이하 중기) 적합업종 지정 등 경영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묵묵히 실적 개선을 일궈낸 기업이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보다는 현상유지에 의의를 둔 한해였다. 무엇보다 올해 식품·외식업계 분위기는 실적이 좋은 업체든, 좋지 않은 업체든 '튀어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잘 나가는 업체도 조용히, 못 나가는 업체는 더더욱 조용히 몸을 챙기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던 식품업체들의 바람과 달리 여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식품·외식업계의 10대 이슈를 추려봤다.

◆정부·소비자 눈치 보이지만 그래도 '가격인상'

올해도 역시 밀가루를 비롯한 각종 원부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식품업계 전반에서 가격인상이 단행됐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눈치를 보던 식품업체들은 대선 직후부터 가격인상을 단행하기 시작, 한 해 동안 가격인상 릴레이를 이어갔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제분업체들이 가격인상 스타트를 끊었고, 2월에는 샘표식품과 대상 등이 간장, 고추장 등 장류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후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바나나우유 등 가공유 제품가격을 인상했으며, 롯데제과와 오리온, 해태제과 역시 대표 과자제품 가격을 잇달아 상향조정했다.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가 상승요인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제품에 대해서만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겨우 숨통을 트는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호소다.

◆원유가 연동제 시행 첫해…낙농가 고충 해소? 인상 빌미?

올해 8월1일부터 원유가 연동제가 처음 실시됐다. 전년도 우유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반영해 매년 원유가격을 관습화한 규격에 맞춰 조율하는 제도로, 그동안 3~5년 주기 조정시점에 맞춰 낙농농가와 유업체 간 빚어졌던 갈등 해소를 위해 도입된 것.
   올해 처음 원유가 연동제가 시행됐다. 원유가가 인상되며 유업체들이 우유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 조민경 기자  
올해 처음 원유가 연동제가 시행됐다. 원유가가 인상되며 유업체들이 우유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 조민경 기자

생산비 인상요인이 원유가격에 즉각 반영돼 낙농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해 준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유제품 인상 빌미를 제공해 소비자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이 제도 시행과 함께 원유가격이 리터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12.7%) 인상되자 유업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유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사회에 갑을논란 촉발 '남양유업 사태'

올해 식품업계 이슈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남양유업 사태다. 1월말 일부 대리점주들의 항의시위로 드러난 회사의 '제품 밀어내기', '떡값 요구' 등 불공정행위는 식품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갑을논란을 촉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한 영업사원의 통화내용이 공개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남양유업 본사와 지역본부 사무실 등은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후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이하 피해자협의회)와 남양유업이 협상 테이블에 함께 앉으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수차례 협상 불발과 또 다른 대리점주 모임인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전국대리점협의회)가 결성되며 협상은 진통을 겪었다.

   남양유업 사태로 업계와 사회 전반에 갑을논란이 빚어졌다. 남양유업은 피해자협의회와 전국대리점협의회와 협상을 타결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 조민경 기자  
남양유업 사태로 업계와 사회 전반에 갑을논란이 빚어졌다. 남양유업은 피해자협의회와 전국대리점협의회와 협상을 타결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 조민경 기자
수차례 협상 끝에 남양유업은 피해자협의회, 전국대리점협의회와 최종 협상을 타결하고 상생, 협력방안을 마련하며 회사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 사업 중단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에 앞서 국내 베이커리전문점시장을 주도했던 크라운베이커리가 결국 사업을 철수했다.

지난해 크라운제과가 재무구조 안정화와 경쟁력 확보를 도모하기 위해 계열사인 크라운베이커리를 흡수합병했지만, 끝내 경영악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모태인 영일당제과로부터 66년, 법인 설립 및 브랜드 출범으로는 25년 만에 사업철수 수순을 밟았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브랜드 출범 25년 만에 사업철수 수순을 밟았다. = 조민경 기자  
크라운베이커리가 브랜드 출범 25년 만에 사업철수 수순을 밟았다. = 조민경 기자

이러한 크라운베이커리 사업철수 배경으로 오너일가의 안일한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로 그럴 것이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 부인인 육명희씨가 크라운베이커리 대표로 부임하면서 크라운베이커리는 지속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또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기업 빵집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밀려난 것 역시 경영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M&A 대형매물 '웅진식품 인수전'

웅진식품이 올해 인수합병(M&A)시장에 등장했다. 최근 몇 년간 큰 M&A 이슈가 없었던 식품업계에 모처럼 만에 대형매물이 나오며 많은 업체들이 인수전에 가세했다.

본입찰에는 △빙그레 △신세계푸드 △아워홈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싱가포르 식품업체 푸드엠파이어 5곳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초 SPC그룹과 현대그린푸드 등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웅진식품은 빙그레 등 전략적 투자자(SI)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최고 인수가 1150억원을 제시한 재무적 투자자(FI)인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 한앤컴퍼니는 이달 초 최승우 전무를 웅진식품 대표로 선임하며, 웅진홀딩스와 웅진식품 주식 매각절차를 최종 완료했다.  

◆제과·제빵 및 외식업종 중기 적합업종 지정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제과·제빵업종과 외식업종(음식점업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와 같은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업 신설 점포수를 전년 말 점포수 기준 2% 이내로 제한하고, 신규 출점 때 인근 중소제과점과의 근접출점(반경 500m 이내)을 자제해야 한다.

대기업 외식브랜드의 경우 역세권 반경 100m 이내, 2만㎡ 이상인 복합다중시설 내에서만 신규 출점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당초 일부로 제한되거나 금지될 것으로 알려졌던 대·중견기업의 신규 브랜드 진출은 허용됐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으로 이들 업종에 대한 활발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자 해당 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유례없는 전방위 세무조사

올해는 유독 세무조사 칼날이 매서웠다. 식품업계 역시 유례없이 많은 기업들이 세무조사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국세청은 동서식품과 동서 등 동서그룹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불법 증여 방식으로 오너 일가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정황을 포착, 특별세무조사를 시행했다. 또한 동원산업과 사조산업이 수산물 수출입 과정에서의 변칙 송금, 재산 해외유출 등 탈세혐의 적발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외에 파리크라상은 탈세혐의로,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은 그룹사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해외자금 흐름 파악을 위한 세무조사를 받았다.

◆라면·커피…가격담합 과징금 취소소송 패소

라면과 컵커피 가격인상을 담합한 업체들이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에 대해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줄줄이 패소했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라면, 한국야쿠르트 라면 제조·판매업체 4개사는 6차례에 걸쳐 라면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해 △농심 1080억7000만원 △오뚜기 98억원 △한국야쿠르트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삼양식품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로 과징금이 면제됐다. 이에 과징금을 부과 받은 3개사는 과징금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컵커피 가격을 담합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각각 74억3700만원, 53억7600만원의 과징금을 떠안았다. 이 중 매일유업은 리니언시 제도로 감면받았으며, 남양유업은 과징금 취소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남양-동서 '제2의 카제인나트륨' 인산염 두고 설전

과거 커피크리머 첨가물은 카제인나트륨 유해성 논란을 촉발시킨 남양유업이 올해는 인산염 논란을 부추겼다.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을 뺀 커피믹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에 이어 인산염까지 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를 출시한 것.

   남양유업이 인산염을 뺀 커피믹스를 출시하며 동서식품과의 첨가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남양유업  
남양유업이 인산염을 뺀 커피믹스를 출시하며 동서식품과의 첨가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남양유업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은 인산염 과잉섭취 우려로 제품에 인산염을 배제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동서식품 측은 인산염은 필수 영양소인 만큼 권장섭취량을 초과했다고 과잉섭취로 보기 어려우며 카제인나트륨 논란처럼 남양유업의 노이즈마케팅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이렇듯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카제인나트륨에 이어 인산염까지 커피믹스 첨가물을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고유영역 지키기? 업무제휴로 불황타개 노력

국내시장 불황 타파를 위해 식품, 외식업계의 업무제휴가 활발히 이뤄지기도 했다. 과거 회사 저마다의 고유영역 지키기가 우선이었다면, 최근에는 노하우를 다른 회사와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라면업체 팔도는 종가집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FNF와 손을 잡고 '종가집 김치라면'을 출시했다. 자사 라면생산기술에 포장김치시장 1위 제품 노하우를 더해 품질을 강화했다. 서울우유는 농협한삼인과 '홍삼우유'를 함께 개발해 선보였다.

또한 식품업체 간의 업무공조는 물론 아트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도 활발히 진행됐다. 롯데칠성음료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산타(Santa)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핫식스' 패키지에 변화를 줬다. 엔제리너스커피와 아티제 등 커피전문점도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