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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글판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 정수지 기자 |
[프라임경제] 가끔 강남역과 신논현역을 통해 출퇴근을 하는데요, 요즘같이 추운 날씨엔 목도리에 얼굴을 꽁꽁 싸매고 바닥만 보고 걸어 다니기 일쑤죠. 그러다 얼마 전 또 땅만 보며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큰 간판이 발걸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교보문고 글판이었습니다. 가을엔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가 간판에 써있더니만 어느새 글 판에도 겨울이 찾아왔더군요.
혹 사진 속 글귀가 낯이 익지는 않은지요? 신경림 시인의 '정월의 노래'라는 시의 한 구절인데요, 시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 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이 시는 눈과 얼음 밑에서도 봄을 준비하는 작은 생명이 있듯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포기하지 말고 사랑과 긍정의 에너지로 함께 극복하자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교보문고는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자는 의미로 이 글귀를 선정했다고 하네요.
특히 이번 디자인은 '겨울편'에 너무나 어울립니다. 한 코 한 코 함께 얽혀 하나가 되는 뜨개질 느낌으로 꾸며 따스함을 더했다고 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교보문고 '겨울편' 글판은 내년 2월 말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부산, 제주 등 전국 다섯 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비록 추운 날씨지만 이 글귀를 통해 몸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