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본격 재판이 시작됐다.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의 심리로 이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첫 공판인 만큼 법정 앞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9시45분쯤 법정의 문이 열렸고, 몰려든 기자들과 변호인단, CJ측 관계자들로 법정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바로 이때, 이 회장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진회색 털모자와 목도리, 비슷한 색 코트와 장갑, 마스크까지 챙겨 쓰고 바이러스와 추위에 대비했다.
지난 6월 검찰 출두 당시와 비교했을 때 말도 못하게 야윈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CJ그룹 직원들과 공모해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관리해 오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963억원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CJ 회계장부를 조작해 603억원을 횡령하고, CJ 일본법인에 569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증조사를 이어갔다. 먼저, 검찰 측은 십여권이 넘는 문서 자료를 토대로 기소요지를 설명했다. △해외비자금을 동원한 조세포탈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조세포탈 △세금 포탈 △국내 비자금 운용 △법인세 포탈 △CJ 법인자금 횡령 △연대보증으로 인한 배임행위 등이 기소 이유라는 것.
이에 대해 이 회장 변호인 측은 "그룹 경영권 방어 및 선대자금을 활용한 해외투자 목적이었을 뿐, 이 회장 개인이 사용할 부의 축적은 아니었다"며 종전의 입장을 유지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는 전 CJ 재무팀 직원 이모씨의 편지 파일과 그의 진술에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검찰 측은 "이씨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회장의 비자금 형성 내용과 자금 규모, 차명재산 등이 드러났고, 차명재산을 증식시키는 방향으로 운용하라는 이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 측은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회장이 '내가 그룹을 잘 운영해서 가치가 올라가서 주식이 늘어나면 그것은 내 능력이고, 재무팀은 내 차명재산을 가지고 늘리는 것이 일이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 변호인 측은 "검찰 측에서 이씨의 편지와 심문조서를 증거로 제시했는데 편지 내용의 상당부분은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르다"면서 "해당 내용에는 자신이 모든 일에 관여되어 있는 듯 설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씨는 주범격 역할을 해온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변호인 측은 "해외 자금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는 자금 사용 정당화를 위해 진술했다고 번복했다"면서 "이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과장된 진술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는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으나 이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