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T(030200) 차기 신임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인물이 낙점됐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6일 KT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가 진행한 면접에서 황 후보는 8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에 선출됐다. 황 내정자는 △KT 미래전략 수립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설정능력 △추진력 △글로벌 마인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위기에 빠진 KT를 구원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그는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인 '황의 법칙'을 입증하며 반도체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황 후보가 반도체업계에서 이끈 성공을 통신업계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황 내정자는 어려움에 처한 KT를 정상화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황 내정자는 소감문을 통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산업으로 확대,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융합의 KT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어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친박 유력인사 제치고 '급부상'
당초 차기 회장 후보는 4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인 임주환 고려대 교수와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유력후보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참여한 바 있어 '친박' 인사라는 부담감이 KT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KT는 신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뀐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 정도였다. KT 안팎에서는 KT 정통성을 지닌 내부 출신 혹은 통신전문가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4명 후보 중 KT 출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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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신임 회장 내정자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선출됐다. 황 후보가 위기에 빠진 KT를 구원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KT | ||
또한 삼성전자는 무노조이지만 KT는 KT 노동조합부터 KT 새노조, 계열사 노조까지 구성돼 있다. 더군다나 이석채 전 회장 이후 내부 갈등도 치열한 상태며, 아직 공기업의 때가 묻어있다는 얘기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전체적인 큰 그림 안에서 삼성전자와 KT는 같은 ICT 기반 산업을 하는 사업자"라며 "신임 내정자는 융합하고 포용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T는 신임 후보가 통신 분야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지경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으로서 국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는 등 ICT 전분야와 다양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내부 판단을 전하기도 했다.
◆해외사업 산적한 KT에 꼭 필요한 인물
일단 KT 내부에서는 신임 내정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아프리카 르완다사업 등 해외사업이 산적한 시점에서 가장 알맞은 인물이 들어왔다는 평이다.
황 내정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과 인텔 자문역으로 근무한 후 1989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일본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 1위로 삼성전자를 도약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세계시장에서 정상자리에 올려놓은 인물로, 당시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반도체사업 성공의 상징과도 같았다는 후문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삼성전자 사장 때 스티브 잡스를 만나 아이팟 저장장치로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하게끔 설득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가진 글로벌 역량과 혁신·창조 능력, 각종 인적 네트워크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등이 KT에게 굉장히 필요하다"며 "당장 KT가 진행해야 하는 아프리카 사업 등 해외진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는 이 분만한 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회장이 아프리카 르완다를 직접 방문할 만큼 KT의 아프리카 사업은 전사적 프로젝트다. KT는 르완다 정부와 브로드밴드 구축을 위한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으며, KT는 약 1500억원을 투자해 3년 이내 르완다에 LTE 전국망을 꾸릴 방침이다.
아울러, KT는 25년에 걸친 4G LTE 네트워크 도매 독점사업권과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아 르완다 내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르완다뿐 아니라 케냐·우간다 등 아프리카 다른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장시킨다는 향후 청사진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 사퇴 후 경영공백으로 인해 KT 해외사업이 좌초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신임 회장 내정자가 선출됨에 따라 KT 해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