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는 편의점이 '도시의 등대'라고 생각했었죠. 등대가 어둠이 가득한 바다에서 불빛으로 오가는 배에게 방향을 안내하듯 새벽녘 도심을 밝게 비추는 불빛으로 어두운 거리를 오가는 고객이 따뜻함을 느끼는 편안함도 편의점의 한 역할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최근 퇴근 후 편의점업계에서 평생을 몸담은 한 지인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됐다. 편의점이 '도심 속 등대와 같다'와 같다니…. 그의 생각에 한겨울 저체온증으로 발을 동동 거리다가 갑자기 편의점에 뛰어들어 몸을 녹였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지난 5월, 용인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던 한 점주가 본사 직원과 말다툼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본사 중심적인 편의점 가맹계약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본사가 '24시간 연중무휴'라는 브랜드 관리와 물류비를 절감을 이유로 24시간 영업을 강요하고, 새벽시간이 운영비용에 비해 매출이 적음에도 계약해지 등을 앞세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24시간 운영한다는 점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0월, 내년 2월14일부터 시행될 '편의점 24시간 강제영업 금지'를 담은 가맹사업법을 내놨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우리 고객들은 내년 발렌타인 데이부터 문을 열지 않는 편의점을 볼 수 있게 됐다. 편의점업계는 그간 24시간 연중무휴라는 영업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중 15.6%를 차지하고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편의점은 학교, 지하철 역사, 공단 내 점포 등 10% 내외에 불과했다.
퇴직 후 평생 모은 퇴직금으로 노후의 안정적 수입을 위해 카페나 편의점 창업에 나서는 점주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새벽 운영비용이 매출보다 더 나가는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 브랜드 원칙도 상황에 따라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서 가맹점주를 고려한 정부의 이 같은 가맹법 개정안은 당연히 진작 고려됐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지식백과는 편의점을 고객 편의를 위해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돼 1989년 중반 한국에 도입된 편의점은 주로 역 주변·도로변 등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장시간 영업하며 맞벌이부부·독신자 등을 주요고객 삼아 편리함(convenience)을 제공하는 곳으로 도입됐다.
편의점의 편리함에는 연중무휴, 조기, 심야영업, 주거지 근처에 위치 등을 포함한 도심 사랑방으로의 의미도 녹아있다.
새벽시간 술에 취해 허해진 뱃속을 따뜻한 컵라면 국물로 채우기 유용하고, 밤참을 준비하다 급작스레 떨어진 생수 한 병을 시간 구애 없이 구입하러 가기 편하며, 여름철 무더웠던 한낮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해 노상에서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키기 편한 곳.
이 같은 편리함 때문에 고객들은 대형마트 및 슈퍼에 비해 5~10% 가격이 비싼 단점을 무릅쓰고 발길을 끊지 못했다.
서두에 언급한 편의점 업계 종사자의 생각처럼 '24시간 영업'이라는 브랜드 전략에 따라 편의점은 늦은 귀가길, 문을 굳게 닫아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에서 길 찾는 나그네의 시야를 밝히던 숲속 오두막 같은 역할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