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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1000원어치 붕어빵' 다섯, 넷, 셋, 둘…

조민경 기자 기자  2013.12.16 15: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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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길을 가다가 붕어빵 노점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약속시간에 쫓긴 탓에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요. 요즘 찾기 쉽지 않은 붕어빵 노점이 내심 아쉬워 눈길을 떼기란 쉽지 않았죠.

시선을 다시 가던 길로 옮기는 순간 눈앞을 스친 글귀가 있었습니다. '잘못 본거겠지'하는 생각이 스치는 동시에 '설마'하며 다시 붕어빵 노점 쪽으로 뒷걸음질했습니다. 

'행복한 잉어빵 2마리 1000원'. 잘못 본 게 아니었는데요. 지난 겨울만해도 3마리에 1000원하던 붕어빵, 잉어빵이 올 겨울에는 1000원에 2마리로 수가 준 것이죠.

이날 이후 다른 붕어빵 노점이 눈에 띌 때마다 유심히 살펴봤는데요. 이들 노점에서도 마찬가지로 '2마리에 1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볼 수 있었죠. 어떤 노점은 오른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원성(?)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4마리 2000원'으로 써 붙여 놓은 곳도 있었습이다.

   1000원어치면 여럿이 나눠먹을 수 있었던 붕어빵도 이제 겨우 두 마리밖에 살 수 없게 됐다. = 조민경 기자  
1000원어치면 여럿이 나눠먹을 수 있었던 붕어빵도 이제 겨우 두 마리밖에 살 수 없게 됐다. = 조민경 기자
붕어빵 가격이 오른 것은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과 가스비 등이 올랐기 때문이라는데요. 실제 붕어빵처럼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제과업체들의 과자나 비스킷 가격은 올 초부터 잇따라 인상된 바 있죠.

비슷한 인상요인으로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과자류보다 붕어빵 가격인상 체감도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데요. 오랜 세월 '1000원치 봉투'만으로도 차가운 손을 녹여주기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던 넉넉함이 줄어든 탓이겠지요. 다섯 마리, 네 마리, 세 마리, 두 마리….

참, 그런데 붕어빵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언제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는지 유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붕어빵의 원조는 일본의 일명 도미빵인 '다이야키'라는데요. 이것이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붕어 모양으로 변형됐다고 합니다. 이후 붕어빵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1990년대 다시 등장하며 지금까지 '겨울간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그러나 요즘은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붕어빵이 꼭 아니더라도 먹을거리가 많아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붕어빵 노점이 추억 한편으로만 남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요.

붕어빵 노점이 모두 사라져버리기 전에, 이번 겨울 붕어빵 노점을 만난다면 봉투에 서너 마리 담아 가족,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추억을 쌓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엔 1000원어치면 봉투 가득이었는데…'라며 가는 세월을 안타까워하기도, '넌 머리부터? 난 꼬리부터 먹을래'하며 소소한 웃음을 나눠보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