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레고 블록은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장난감 중 하나인데요. 제가 어릴 때는 레고보다 좀 더 큼지막한 '옥스포드' 블록이 인기였습니다. 최근에는 작고 귀여운 사이즈와 파스텔톤 색감 등 다양한 레고가 등장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레고 시리즈. = 이보배 기자 |
사진 속 레고 상자는 최근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고 있는 레고 시리즈인데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제 조카들도 레고를 참 좋아하는데요. 고사리 손으로 뚝딱 완성시키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어쨌든 레고는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부추기는 장난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 도시 곳곳에 레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죽어가는 문명의 상처를 20세기의 반짝이는 플라스틱 문명으로 보수한다'는 뜻의 '디스패치워크'가 그것인데요. 독일 설치 미술가인 얀 포르만은 전 세계를 돌며 전쟁의 상흔이 남은 담벼락이나 허물어진 건물 틈새를 레고 조각으로 메우고 '디스패치워크(Dispatchwork)'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 보치냐노,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베를린에 남은 2차 세계대전의 총탄 자국을 없애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홈볼트 대학 등 관광 명소가 포함된 베를린 작업 당시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보수작업에 참여했고, 작업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확장됐습니다. 차차 그의 뜻에 동감한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디스패치워크'는 자연스럽게 세계 시민의 참여 프로젝트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30여개 이상 도시에서 디스패치워크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많은 자원활동가와 단체 등이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작업이 이뤄졌고, 올해 1월 우리나라 인천에서도 진행됐습니다.
인천 우각로 마을에서 진행된 디스패치워크. 알록달록 레고 블록이 부서지 벽면을 메우고 있다. ⓒ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블로그 |
인천 우각로 마을이 바로 그곳인데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시행 중인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의 대상지인 우각로 마을을 살리기 위해 디스패치워크가 실행된 것입니다. 낡고 허물어진 벽면을 메우고 있는 작은 레고 조각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증명하듯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을 자랑합니다.
참여라도 말하기도 좀 그렇습니다만 디스패치워크에 동참하고 싶다면 그저 균열을 발견하고 레고로 메우기만 하면 됩니다. 레고 조각과 인내심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보수작업이 끝났으면 결과물을 찍어 디스패치워크 사이트 계정 메일로 보내주세요. 그렇게 하면 해당 도시의 사례가 약간의 시간을 거쳐 얀 포르만이 운영 중인 디스패치워크 홈페이지에 정식 등록됩니다.
원색의 플라스틱 블록이 가져다주는 변화는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틈새에 자리 잡은 레고는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소한 재미를 주는 동시에 녹슬고 부서진 건물을 메운 블록 조각은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원천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