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2주기와 '낙하산 인형'

이보배 기자 기자  2013.12.13 12:35:5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13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는 청암(靑巖)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2주기 추모식이 진행됐습니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스코 설립을 주도하고 초반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한 인물로 '철강왕'이라고 불렸습니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는 국무총리를 지내기도 했지요.

애국심과 정직함, 결단력과 열정은 박 명예회장을 대변하는 수식어로 오랫동안 그와 함께 했는데요. 직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 중심 경영' 등의 경영철학은 물론 박 명예회장의 성품과 인격 역시 훗날까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 명예회장의 '제철보국을 위한 우향우 정신'은 아직도 포스코인들의 뇌리에 강하게 인식돼 있는데요. 타계 2년을 맞아 박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자천타천'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포스코 내부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룹의 명예회장 추모식에 내부 인사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박 명예회장 앞에 모두 모인 것을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날 추모식에는 사의를 밝힌 정준양 회장을 비롯해 황경로, 윤석만 등 전직 포스코 고위 관계자들과 정동화, 김준식, 박기홍 등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른 현 경영진들이 참석했습니다. 다만,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이동희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정 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시간을 앞당겨 후임자를 뽑으려 한다"며 "포스코에 봉사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또 "지금 우리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당신께서 물려주신 고난 극복의 유전자를 우리 임직원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추모했는데요. 

특히 정 회장은 "철강·에너지·소재 보국이 아직 미완성된 만큼 '후배들이' 교향곡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차기 회장의 조건이나 자질에 대한 정 회장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인사 선출에 대한 다소 불편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닐까요?

포스코 차기 회장 선출은 일정상 오는 20일 정기 이사회에서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발족시킨 후 내년 1월 회장후보를 간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발표를 하는 것이죠. 현재 10여명의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포스코 내부 인사냐, 외부 영입이냐가 가장 논란의 요지입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뒤를 이을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정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전반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서 포스코 본사 입구에 설치된 낙하산 인형에 왠지 눈길이 쏠린다. = 이보배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 뒤를 이을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정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서 포스코 본사 입구에 설치된 낙하산 인형에 눈길이 쏠린다. = 이보배 기자

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포스코 CEO에 오른 인물 중 김만제 전 회장을 제외한 황경로, 정명식,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은 모두 포스코 내부 출신입니다. 물론 이면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가 더 정권 실세와 가까운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긴 했습니다. '내부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있었죠.

그러나 이번 박근혜정부 때 흘러나온 차기 포스코 회장 내정설은 조금 다릅니다. 포스코 내부 인사가 배제된 채 정치권, 특히 박 대통령 당선에 공신 역할을 한 인물이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퍼진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6대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소속을 거쳐 김대중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지지해온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이 바로 그 인물입니다.

이 같은 소식에 정재계가 모두 발끈하고 나섰는데요. 사회 전반적으로 포스코 차기 회장은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러자 최근 내부 인사 내정설이 다시 퍼지고 있습니다.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 재정투자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후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을 맡고 있는 이동희 부회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인데요. 

얽히고설킨 차기 포스코 회장 내정설에 혼란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아마 박 명예회장이 곁에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포스코가 외풍에 흔들릴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포스코는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박 명예회장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쏟아지는 내정설에 흔들리지 말고, 공정한 절차를 거친다면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제2의 박태준'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담입니다만, 포스코 본사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박 명예회장 기념상이 설치됐는데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면 낙하산을 타고 낙하하는 수많은 인형 조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한창인 지금 포스코 정문 입구에 낙하산 조형물을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박 명예회장이 이 조형물을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