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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H증권 김대리에게 '칼퇴'는 딴 나라 얘기

이정하 기자 기자  2013.12.12 16: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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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입사, 한화투자증권사에 다니는 김아무개 대리는 최근 들어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이른바 '칼퇴'를 해 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비단 김 대리뿐 아니라 팀 전체 아니 회사 전체가 그러한 분위기인데요.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감원 대상에 자신의 이름이 오를 내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퇴근길을 막고 있습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사은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지정, 야근 없이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어 이날만큼은 일찍 들어가는 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이마저도 옛말, 구조조정 소식 이후 퇴근을 감행하는 직원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김 대리는 회사 분위기에 대해 "우리 회사 요즘 장난 아니에요"라며 살벌함을 넘어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전체 직원의 4분이 1 수준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만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최대 450명에서 250명으로 인력감축을 줄이는 대신 대리급 이상 직원 임금의 20%를 삭감안을 병행하는 방식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애초 올해 안에 구조조정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노사 간 단체교섭이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은 시한을 넘겨 내년에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덕분에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살얼음판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이 이렇듯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까닭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 존폐위기론까지 거론됐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660억원 적자를 기록한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도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올해에도 적자 행진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임일수 전 대표가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수장에서 물러났으며 한 달 후 주진형 J&C컴퍼니 대표가 후임으로 내정됐는데요. 주 대표는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 우리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 우리투자증권 리테일사업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업계에서는 대표적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 대표가 구조조정을 위해 왔다는 말들이 오갔는데요. 지난해 말 이뤄진 200여명의 희망퇴직에 이어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에 한화투자증권 내부 직원들은 혹여 밤새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며 칼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