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시대가 변하며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우체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휴대폰, 인터넷에 밀려 우편을 이용하는 이들이 줄자 우체통도 없어지고 있는 거죠.
우편물량이 해마다 감소하며 우체통도 해마다 3~6%씩 꾸준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2007년 2만5547개에서 2008년에는 2만3761개, 2010년에는 2만2051개로 줄었는데요. 우정사업본부는 3개월간 우편수집 물량이 없는 경우 1주일 동안 사전 안내문을 부착한 뒤 우체통을 철거한다고 하네요.
이메일, 문자 등 '빠름'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외면 받는 우체통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명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서울 북악팔각정공원에 설치된 '느린 우체통'은 수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1년 뒤에 배달한다. = 이지숙 기자 |
일반 우표 비용보다는 10배가량 비싸지만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은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기념관에서도 1년 뒤 편지를 전해주는 '느린 우체통'이 인기입니다. 관광객들이 보내는 편지는 한해 5만통 이상이랍니다.
'느린 우체통'이 추억을 전해준다면, 소원을 들어줘 주목을 받은 우체통도 있습니다. 해돋이 명소 울산 울주 간절곶에는 2006년 12월 높이 5m에 무게가 무려 7톤인 대형 우체통이 세워졌는데요. 우체통에 넣어지는 우편물은 대부분 수취인 없이 자신들의 소망을 적은 메시지로 한 해 3만통 이상 부쳐진다고 합니다.
광주시는 이를 벤치마킹해 2009년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을 수완호수공원에 설치했습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우체통은 높이 7m, 폭 4m로 새해 자신과의 약속이나 소망을 적어 보내면 12월에 배달해 주는 '자경엽서'와 매주 1회씩 라디오방송에서 사연이 소개되는 '희망엽서'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실제로 소원을 들어주는 우체통도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에 있는 '파란 우체통'은 지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사연을 접수받아 중앙사회복지관과 '소망솔루션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재능기부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던 저소득층 아동에게는 후원을 신청한 피아노학원과 연결시키고 한글 선생님이 필요한 노인분들에게는 한글교육 멘토링서비스를 지원합니다.
한편 광주에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 있다면 설악산에는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우체통이 있는데요. 해발 1676m의 설악산 중청대피소에 자리한 이 우체통은 설악산 전경감상기를 편지에 쓰면 매주 1회 중청대피소 직원이 속초 설안산우체국으로 편지를 옮겨 전국으로 발송해 줍니다.
이와 함께 보낼 수 없는 안타까운 편지로 가득한 우체통도 있는데요.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하늘나라 우체통'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대전현충원은 올해 6월 편지 중 일부를 따로 묶어 추모집 '그리움을 담아'를 발간했다고 하네요.
어느덧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2013년 새 달력을 걸었던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12월 마지막장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올해를 잘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고마웠던 이에게, 혹은 1년 뒤의 나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쓰는 것은 어떨까요?
2014년 1월1일 정각에 보내는 문자메세지도 좋지만 한 글자씩 꾹꾹 눌러쓴 손 편지는 그 감동이 배가 될 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