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젠 백화점에 옷 사러 못 오겠어요. 30만원 정도의 중저가 패딩 하나 사러 왔는데 기본 50만원을 줘야하니 말이죠. 그나마 이벤트홀을 기대했는데, 거긴 남성품목만 있네요."
지난 8일 백화점 3사의 대대적인 겨울 세일 마지막 날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는 기존 중저가 여성 캐주얼 브랜드 매장이 대폭 사라지고 없었다. 지난 9월 초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국내브랜드가 빠지고 해외브랜드가 영입됐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남아있는 브랜드가 고가 위주다 보니 전반적인 백화점 품목 가격대가 절반 이상 오른 느낌이었다.
추운 겨울에 대비해 기본 패딩을 장만할 생각에 방문했지만 매장마다 세일가를 적용한 아우터 한 벌 가격은 50만원을 족히 넘었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대대적인 방한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6층 이벤트홀을 기대했지만 그곳에는 남성품목 브랜드 세일이 한창이었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3층의 반 이상 줄어든 여성매장을 다시 들렸다. 우연히 한쪽 구석에 그나마 자주 방문해 친숙하던 한 여성 패션브랜드 매장을 발견, 반가운 마음에 안에 들어섰지만 기존 10만~30만원대 제품은 모두 사라지고 30만~80만원대 의류들이 매장에 가득 전시돼 있었다.
'꽃중년'이라 불리는 30~50대 남성. '아저씨'가 되기보다는 '오빠'로 남길 원하는 이들 중년 남성층이 정장, 지갑, 손목시계 등 비교적 고가제품을 향해 지갑을 열자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주로 찾던 20~30대 직장인 여성층이 갈 곳을 잃었다. 백화점 업계가 주 고객층으로 여성을 버리고 돈이 되는 남성고객에 집중하는 이유에서다.
지난 9월 초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리뉴얼해 재개관하며 기존 3~4층에 걸쳐 있던 여성 패션매장을 대폭 줄이고 이를 남성 및 해외 브랜드 매장으로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10만~30만원선 품목을 주로 취급하던 쉬즈미스, 쿠아, 르샵, 로엠, 시슬리 등 중저가 캐주얼 국내 브랜드가 빠지고 40개의 남성매장과 해외 브랜드 편집숍이 전진 배치됐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의 경우도 동대문 브랜드가 대거 영입되면서 20~30대 여성 직장인들이 주로 찾던 캐주얼 정장 브랜드가 대폭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최근 30~50대 남성 고객층을 '로엘(LOEL)족'으로 분류하고 남성용 비즈니스 캐주얼 활성화를 위해 'LOEL STYLE' 잡지를 발간, '로엘 팀장님 패션쇼' '미스터 로엘을 찾아라'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며 떠오르는 남성 고객층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 5월 무역센터점 7층에 남성관 '현대 멘즈'를 개점하고 의류 외에 시계·구두·액세서리·화장품 브랜드로 채웠다.
그나마 남성매장이 들어서고 남은 자리는 고가의 해외브랜드로 채워졌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올초 70개였던 해외 브랜드가 403개로 늘었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4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8월 재개장하면서 50개였던 해외 브랜드를 365개로 확대했다.
어찌 보면 백화점이 소비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태라는 점에서 주력으로 삼던 기존 젊은 직장인 여성층을 뒤로하고 고가 위주 품목에 돈을 푸는 남성과 해외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남성 정장과 시계 등이 일반적으로 50만~100만원을 호가하는 반면 여성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여름 의류는 5만~10만원, 비교적 비싼 겨울 코트 등이 3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창출이 기본인 백화점의 '돈 되는 장사에 눈 돌리기'식 시대 트렌드적 맞춤형 변화도 이해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