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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중독법, 베스트팔렌조약 이끄는 정부

정금철 기자 기자  2013.12.09 1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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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618년 독일에서 신교인 프로테스탄트와 구교인 가톨릭 간 발발한 30년 전쟁. 진원지였던 체코 프라하가 스웨덴에 점령되고 프랑스가 황제군과 에스파냐 군대에 승리하면서 1648년 10월24일 독일 베스트팔렌(Westfalen) 오스나브뤼크에서 평화조약을 체결, 길었던 전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 평화조약이 바로 베스트팔렌조약이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중독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독일이 때를 노려 한국의 게임사들에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펼치고 있다. 

독일의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연방주(이하 NRW)는 지난달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를 통해 '한·독 게임산업세미나'를 개최, 한국 게임사가 NRW에서 게임을 개발하면 프로젝트별로 최소 10만유로(한화 약 1억4200만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의 '게임스 팩토리 루르'에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하면 개발 사무실과 소프트웨어·미들웨어를 무료 지원한다고도 첨언했다.

16개 독일 연방주 중 전년 기준 총 국내총생산(GDP) 1위(5821억유로) 규모 산업기술 메카인  NRW에는 이미 글로벌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와 유비소프트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게임중독법을 이미 인지한 NRW는 게임 규제에서 자유로운 자국의 이점을 내세우며 해외진출 허브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게임을 통한 사이버 부국강병을 노리는 NRW의 이 같은 접근에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래저래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임중독법에 세대 간 분열이 야기되는 작금의 술렁임에서 자신들을 우대하는 독일의 호의가 일분 고맙지만 국내에서 쌓은 기존들과 게임유저들을 어떻게든 지키고자하는 애국심의 발로로 '양가감정(兩價感情)'이 나타나는 것.

30년 전쟁의 종말을 의미하는 베스트팔렌조약은 가톨릭 제국으로서의 신성로마제국이 사실상 붕괴되는 시발점이 됐다. 더불어 근대 유럽 정치구조의 기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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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선 '이종(異種)' 간 이슈의 연계로 게임중독법을 발판 삼은 '제2의 베스트팔렌조약'이 체결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붕괴되고 대륙을 초월한 게임산업구조의 새 틀이 짜일 수도 있다는 걱정은 기우로 치부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