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 기자 2013.12.09 08:32:19
[프라임경제] 몇 년 전부터 진화생물학 혹은 진화심리학이 유행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감심리 혹은 생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다. 심리학은 이제 인문학이 아니라 서서히 과학의 범주로 나아가는 셈이다. 진화심리학이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화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도 의식하지 못했던 우리 행동이나 태도를 과학적으로 그리고 진화론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와인숍에서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과 프리트우드 맥 등의 팝송을 번갈아 틀어보며 손님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사람들은 대중음악이 들려올 때보다 클래식이 들려올 때 훨씬 비싼 와인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게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나 구매수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구매하는 와인의 가격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클래식이 들려올 때 사람들은 거의 두 배 이상 비싼 와인을 구입한 것이다. 클래식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좀 더 고상해진 느낌을 받는다. 이것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90년대 미국 텍사스 테크의 찰스 아레나 등이 수행한 실험결과다.
비슷한 실험이 미국 뉴욕대학의 존 바그 등에 의해 이뤄졌다. 지원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사람의 주름이 잡힌다 피부에(man's was skin the wrinkled)"라는 뒤섞인 문장을 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사람의 부드럽다 피부가 (man's was skin soft)"라는 문장을 준 뒤 이를 제대로 바로잡도록 했다.
이 간단한 지시를 이행한 뒤 사람들에게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가르쳐 주며 이를 이용해서 가도록 얘기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이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앞 그룹 사람들이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주름진'이라는 단어를 보여줬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행동이 완전히 달라져 노인처럼 걷게 만든 것이었다.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담당 웨이트리스가 계산서를 손님에게 건네주며 즐거운 농담을 건네거나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등 친밀한 행동을 보일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은 팁을 준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이 모든 실험은 암시가 얼마나 강력한 심리적 기제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느낌은 우리의 인식 너머에 있는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름 하나만 보더라도 자신의 이름은 자존심과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사람들이 뒤늦게나마 이름을 바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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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돈 유진투자증권 본점영업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