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기자 기자 2013.12.06 13:54:36
[프라임경제] 1000가구 규모 분양에 딱 1가구만 청약을 넣은 '전대미문'의 기록이 나왔다.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과 남광건설산업㈜은 제주시 삼화지구 부영 5·6차 아파트 총 1114가구를 지난 11월18일부터 임대분양했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1114가구 분양에 1가구 청약' 이슈에는 지역적 특성과 계절적 비수기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게 들려오는 얘기는 바로 "부영그룹이 제주민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 부영그룹과 제주민 간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올 초, 이 말 못할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동쪽 바닷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관광객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강렬한 레드빛깔 건축물이 하나 있었다.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인 앵커호텔 모델하우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이하 카사 델 아구아)'가 바로 그것.
멕시코 출신인 레고레타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앵커호텔 설계를 끝으로 지난 2011년 12월20일 산수(傘壽·80세)의 나이에 세상과 등졌다. 그의 유작인 카사 델 아구아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이때쯤이다. 건축사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이 건물은 '철거'와 관련한 잡음이 섞이며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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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출신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 ⓒ 네이버 블로그 캡처 | ||
이때 설계는 세계 곳곳에 60여개 예술적 건물을 설계해 전미건축가협회 금메달, 국제건축가연맹상 등을 받은 바 있으며,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을 10년 넘게 맡은 세계적 건축가 레고레타에게 맡겼다.
◆"불법건축 뜯어야" vs "문화유산 파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이 사업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JID㈜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모든 공사가 '올스톱'됐다. 앵커호텔사업이 전환점을 맞게 된 건 이로부터 2년여가 흐른 2011년 10월. 부영주택㈜이 앵커호텔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부영주택은 JID로부터 앵커호텔사업권을 승계받은 ㈜아시아신탁, 앵커호텔 부지 소유자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앵커호텔 매매계약을 체결,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고 사업자 명의를 변경했다.
부영주택과 제주민 간 갈등의 불씨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부영주택이 앵커호텔 부지를 인수하면서 모델하우스 건물은 제외했고 이에 따라 카사 델 아구아 부지는 부영주택으로 넘어갔지만 건물의 소유권은 JID가 그대로 갖게 됐다. 부영주택 입장에선 가건축물인 모델하우스까지 인수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갈등의 불씨는 여기서 당겨졌다. 2011년 6월30일 서귀포시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따라 존치기간이 끝난 카사 델 아구아를 철거하려고하자 건물주인 JID가 이를 막아섰다.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중문관광단지 해안선 100m 이내에는 영구건축물을 세울 수 없다.
이에 맞서 JID는 서귀포시를 상대로 '대집행 영장처분통지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 철거반대 의사를 강력히 했다. 여기에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주한 멕시코 대사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7월 직접 제주를 찾은 로사스 대사는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에 철거중단을 요청했다.
철거반대 운동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카사 델 아구아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철거반대 비대위)'까지 꾸려질 정도였다. 철거반대 비대위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으며, 제주와 서울에서 카사 델 아구아를 지키기 위한 시민문화제도 세 번이나 열었다.
제주민을 포함한 철거반대 비대위는 카사 델 아구아의 건축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란 뜻을 지닌 카사 델 아구아는 2009년 3월 총 43억원이 투입돼 전체면적 1279㎡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라고 불리는 카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의 유작일 뿐 아니라 아시아에선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내부까지 공개된 작품이다.
◆'1가구 청약' 제주민 등진 값?
이제 모든 시선은 앵커호텔 새 주인인 부영주택이 잡아끌고 있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철거반대 비대위 측의 면담요청을 거절하며 사실상 철거강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철거반대 비대위 측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면담을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으나 부영 측은 법무실장 명의로 면담요청을 거절했다. 부영은 회신문서를 통해 '당사는 국가 사법기관 판결과 행정기관 집행에 대해 영향을 미치거나 언급할 자격이 없으므로 부영 어느 누구도 이 건에 대해 협의할 자격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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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결제원 인터넷 주택청약 사이트 APT2you에 따르면 제주 삼화지구 1-3 사랑으로 부영 5차는 전용면적 66㎡ 278가구와 84㎡ 332가구 모두 미분양됐다. ⓒ 프라임경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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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결제원 인터넷 주택청약 사이트 APT2you에 따르면 제주 삼화지구 1-6 사랑으로 부영 6차는 총 504가구 분양에 달랑 1가구만 청약을 넣었다. ⓒ 프라임경제 | ||
실제 부영그룹은 지난 11월18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9일 1순위 △20일 3순위 △27일 선착순 분양을 실시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5차의 경우 전용면적 66㎡(278가구)와 84㎡(332가구) 모두 100% 미분양됐으며, 84㎡(504가구)로만 이뤄진 6차는 1가구 청약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워낙 제주도에 공급이 많다보니 청약을 잘 안하는 것 같고 어떤 곳은 아예 한 가구도 청약을 안했다고 하더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앵커호텔 모델하우스 사연과 관련해서는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재라면 반(反) 기업정서에 따라 불매운동도 하고 하겠지만 (수억원이나 하는) 집을 사고파는 일인데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감정에 따라 매매를 하겠느냐"며 "단지 주변에 공급이 많아 청약이 안됐을 뿐"이라고 축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