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말이 되자 명동 거리가 화려하게 변했습니다.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케롤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냄비도 등장했더군요. '딸랑' 이는 종소리에 맞춰 온정의 손길을 유도하는 빨간 냄비를 보니 추운날씨에도 마음만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4일 오후 10시경 명동을 지나며 보니 백화점 외벽은 어두운 밤에도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구장식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눈길을 한 번에 끄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술에 취한 듯 기분 좋은 저녁을 맞았지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사진 위), 신세계백화점 본점(사진 아래). = 프라임경제 |
그 화려한 빛에 취해 들뜬 마음으로 서울역을 향해 걷던 순간, 어두컴컴한 골목 속 굳게 닫힌 상점과 천막으로 덮인 리어카를 보게 됐습니다. 그곳은 남대문시장. 국내 대표적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 분위기는 추운 날씨만큼이나 어둡고 침체돼 보였습니다.
명동과 남대문까지 불과 몇미터 차이로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빛과 어둠을 보니 잠시 화려함에 기뻐하며 들떴던 마음이 순간 사라지더군요. 등잔 밑이 가장 어둡듯 지나친 화려함에 가려진 남대문시장의 초라함은 마치 '희망 없는 우리네 삶'처럼 느껴졌습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기 마련입니다. 서민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다 보니 손님이 뚝 끊겨 장사하는 상인들의 시름은 더해질 수밖에 없죠. 올해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엔저 때문에 일본 손님이 확 줄은 데다 젊은 손님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선호하다 보니 오후 6시면 상인들은 문을 닫기 시작하더군요. 리어커 상인들 역시 오후 8시면 장사를 접는다고 합니다.
선악불이(善惡不二)라는 말이 있습니다. 악이 있음으로 해서 선이 있듯 동전의 양면처럼 어둠이 있기에 빛이 존재하는 것이죠.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때, 백화점 외벽에 수놓아진 화려한 송년 및 크리스마스 빛에 들떠 차디찬 겨울바람이 더욱 매섭게 느껴질 어둠 속 우리 이웃이 없는지 주변을 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