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현호 변호사는 해외기업이 국내 게임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규제법 때문에 계약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정태중 기자 |
"물론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법률적인 문제가 많이 늘 것이고 전시회 참가자들도 잠재적 고객군이 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가 흘린 말에서 무한한 시장 '예감'
하지만 은 변호사는 이처럼 막연한 기대감으로 홍보에 나선 것이 아니고 지스타가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전시회인 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를 하려는 외국회사가 많이 참여하게 된다는 점을 주도면밀히 겨냥했다.
외국회사들은 한국의 법률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법률자문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게임산업협회로부터 듣게 됐던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해외기업들이 지스타 기간 동안 법률자문을 그 자리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면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계약 체결이 좀 더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같이 드러냈다.
노다지 같은 조언을 들은 은 변호사는 이를 회사에 알렸고, 김&장은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기업에게도 김&장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지스타 부스 참여를 결정지었다.
은 변호사를 대표 담당자로 내세워 10여명의 변호사들을 함께 참여시켰다니 김&장이 주목한 시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전시회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부스를 찾아와 상담을 진행했다. 지스타에서 무료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엔 나중에 다시 연락이 와서 궁금한 것을 더 물어보기도 하고 투자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했다. 현재도 상담을 진행 중인 것이 많다고 한다.
특히 해외기업의 반응이 뜨겁다. 은 변호사는 "해외기업이 국내기업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상담하러 왔다"며 "그만큼 해외기업들이 한국의 게임산업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게임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셧다운제 등 이해 못하는 외국기업, 규제 능사 아닌데…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에 투자를 하고 게임산업을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외국회사들이 셧다운제 등 규제법 제도를 설명하면 놀라면서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하게 되고 투자를 망설이다가 결국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라고도 말해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계약체결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한국이 게임 강국이었는데, 중국 등에서도 빠르게 등장하면서 규모가 굉장히 커지고 있다. 이처럼 빠른 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규제법이 제정된다면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라는 게 은 변호사의 전망이다.
현재 게임산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수출에 기여를 하는 산업이 됐다. 그러다보니 해외 여러 나라들은 국가에서 게임산업을 지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통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 변호사는 게임중독법 논란 등 현재 말이 많은 상황에 대해 입법은 정치권이 하는 것이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법조 전문가로서 "국가 산업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큰 손해다. 국내 게임회사들이 대체적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지금까지 잘 해왔고 더 성장하고 키워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야 되는데 게임중독법이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로 인해 개발자들이 해외로 나가면 게임산업의 발전에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어떤 식으로든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스타에서 무료상담을 진행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이런 걸 했는데 진작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을 하는 동안 고마워하는 사람이 많았고 우리도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다. 2박3일 동안 변호사들이 계속 쉬지도 않고 상담을 했지만 고생한 만큼의 성과가 나와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늘 서류더미 속에만 있다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첨단 문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고 그 수출 가능성을 피부로 느낀 이번 지스타 업무는 짜릿한 경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 변호사는 "다음 지스타에도 참가할 의향이 있다. 기회가 있다면 계속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