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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제네시스' 총력전에 소외된 'K9'

내년 K9 연식모델 출시 예정…판매량 증가로 이어질지 미지수

노병우 기자 기자  2013.12.04 17: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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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프리미엄세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벤츠를 비롯한 다수 수입차 브랜드의 본사 회장이 직접 방한, 새로운 모델 판촉으로 시장에 불을 지피는 상황에서 토요타는 지난 10월 미국시장을 사로잡은 아발론을 출시하며 기름을 부었다. 이런 가운데 역시 4년간 총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는 등 자사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시켜 만든 신형 제네시스를 지난달 26일 출시했다. 

이와 관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첨단기술을 모두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과 품질관리로 새롭게 탄생시킨 프리미엄 세단"이라며 "유럽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진출해 명차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현대차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아차의 최고급 세단 K9 입지가 더욱 좁아질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신형 제네시스에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자 대형세단으로 차급이 비슷한 K9의 판매에 비상등이 켜진 것. 

◆계륵 취급 K9…생존전략 마련 절실

4일 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K9은 국내에서 전년 대비 23.5% 감소한 310대, 올 11월까지 누적판매 역시 전년에 비해 31.5% 줄어든 4807대를 판매했다. 출시 당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K5와 K7 등 K시리즈의 계보를 이을 것이라 자신한 것과 달리 기대만큼 좋은 판매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구형 제네시스(쿠페 제외)는 지난달 작년과 비교해 28.8% 감소한 실적이지만 K9보다 2배 이상 많은 775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다른 대형세단인 에쿠스 역시 지난 11월 784대를 판매했다.

   최근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 국내 시장서 고전을 면치 못한 기아차 K9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기아자동차  
최근 프리미엄세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기아차 K9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기아자동차
이에 대해 업계는 '높은 가격'을 K9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5월 출시한 K9은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지난해 목표 판매량인 1만8000대에 턱없이 부족한 7599대 판매에 그쳤다. 올해 역시 지난 1월 2013년형 K9을 출시하면서 기존보다 성능을 높이고 최대 290만원 정도 가격을 인하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현재 K9의 가격은 5228만~8538만원으로, 최고급 모델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신형 제네시스(6960만원)와 에쿠스(1억1260만원) 중간에 위치한다. 소비자들에게 K9은 에쿠스보다 제네시스에 가까운 모델로 평가되고 있는 것과 달리 판매가격은 제네시스와 에쿠스 중간에 낀 '애매한 포지셩닝'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번에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새로 개발한 각종 첨단기술들을 대대적으로 적용한 만큼, 내세울 게 없어진 K9이 현대차그룹의 '계륵'으로 전락한 꼴이 됐다"며 업계의 시각을 전했다.

이를 좌시할 수 없는 기아차는 프리미엄 세단 전쟁을 앞두고 생존 차원의 맞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K9 마케팅은 물론 판매 강화에 대해 고민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연식변경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옵션이나 가격 조정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방안도 신중하게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남다른 의미' 신형 제네시스…정 회장 선택은?

업계는 정몽구 회장이 업무용 차량을 K9에서 새롭게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로 바꿀 것인지 유심히 살피고 있다.

K9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차량의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에쿠스와 함께 업무용 차량으로 이용해 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출시행사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신형 제네시스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으며,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형 제네시스를 업무용 차량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자동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출시행사에 직접 참석할 정도로 신형 제네시스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으며,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형 제네시스를 업무용 차량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자동차
1세대 제네시스와 신형 에쿠스에서 '정몽구 효과'를 톡톡히 봤던 만큼 K9에 대한 정 회장의 자신감은 상당했지만, 예상과 달리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K9은 이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K9이 국내시장에서 많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정몽구 회장이 신형 제네시스의 출시에 앞서 진행과정을 직접 하나하나 챙기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인 만큼 업계에서는 업무용 차량을 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몇 차례 품질논란에 시달려 온 현대차가 다시 한 번 품질경영을 강조한 후 출시되는 첫 번째 차량인 만큼 정 회장에게 신형 제네시스 출시는 브랜드의 품질 경영에 깊게 새겨진 흠집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국내는 물론 북미·유럽 등 해외시장까지 곧 출시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브랜드 제품 전반에 두루 관심이 크다"며 "업무용 차량이 신형 제네시스로 바뀔지는 전적으로 정몽구 회장의 결정이기 때문에 언제 바꿀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