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금 여기서 계산하려면 오래 걸려요. 카드 주시면 매장에서 계산하고 오겠습니다. 도착해서 문자 드릴게요."
웅성웅성 시끄러운 와중에 직원들의 높은 목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진열된 상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객들이 빽빽하게 주위를 에워쌌다.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고 나서야 빠끔히 드러난 상품을 겨우 볼 수 있었다. 12월 겨울 실내온도는 수많은 인파로 만들어진 열기에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연신 손으로 부채질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4일, 롯데호텔 서울 3층 사파이어 볼륨에서는 롯데백화점 패션잡화 패밀리세일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행사장 유입고객은 1시간30분만에 2000여명을 넘어섰다. = 프라임경제 |
사람들 사이에서 한 연인은 "우리 서로 잃어버리면 전화하자"며 강압적인 이별을 예감했고 맞은편에서는 "10시30분 오픈인데 10시부터 고객이 몰리니 조금씩 들여보내줘 일찍 들어왔건만 사고 싶은 게 많아도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연신 볼멘소리를 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핸드백 △시계 △화장품 △장갑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패션잡화 품목을 최대 90% 할인하는 '2013 총결산 패션잡화 브랜드 패밀리세일(이하 패션잡화 패밀리세일)'을 진행했다. 오픈 전부터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치열한 브랜드 가격 전쟁 "여기 상품 좀 둘러보세요!"
"결제하실 분 계세요? 한번에 해드리겠습니다. 이순자(가명) 고객님! 김인애(가명) 고객님! 어디 계시나요?"
일시에 수많은 고객이 몰리자 바빠지는 직원들. 계산대에는 길고 검은 행렬이 이어졌다. 원활한 결제진행을 위해 직원이 대신 고객카드를 들고 이름과 상품명을 적어 줄을 섰다. 5개의 계산대로도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줄이 길어지자 대기시간은 어느덧 30분을 훌쩍 넘겼다.
앤클라인뉴욕은 롯데백화점 '2013년 총결산 패션잡화 브랜드 패밀리세일'을 맞아 다양한 장갑을 1만원에 판매했다. = 프라임경제 |
반짝반짝 빛나는 액세서리 코너는 여성고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모퉁이에 위치해 다소 한적해 보이는 탠디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역시 북적이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던 탠디 매장 직원은 "손님이 평소보다 10배 정도는 많은 것 같다"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후 소노비 매장에서 기획으로 나온 핸드백이 5만원이라는 전달이 들리자 순식간에 고객이 몰렸고, 판매 속도에 불이 붙자 직원들은 연신 창고에서 가방을 퍼다 날랐다.
◆1시간30분 만에 2억, 큰 문제없었지만 이건 좀…
오픈 1시간30분만인 정오까지 유입된 고객은 2000명. 그야말로 '대박' 수준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패션잡화 패밀리세일을 오픈한지 불과 20여분 만에 매출 50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12시까지 2억1000만원으로 매출 목표 4억원의 50% 수준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은 목표액 2.5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예상된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4일, '2013년 총결산 패션잡화 브랜드 패밀리세일'을 진행하며 스카프·우산·화장품 무료샘플 등을 선착순 증정했다. 이날 증정품을 받기위해 행사시작 전부터 100여명에 달하는 고객이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 프라임경제 |
시청에서 근무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왔다는 20대 여성은 "5만원짜리 가방을 2개나 샀는데 이 가격에 살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도 "할인폭이 커서 정말 좋았지만 기간이 짧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역시나 대규모 인원이 몰린 행사였던 만큼 불만의 목소리 역시 빠지지 않았다. 많은 인파가 모인 탓에 계산대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투정이 제일 많았고 수많은 사람들로 공간이 비교적 좁게 느껴져 답답하고 덥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