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또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유독가스 유출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지 일주일도 안 돼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오후 3시50분께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철근제강공사 지붕 위에서 안전점검을 하던 현대종합설계 소속 근로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구조점검을 위해 옥상에서 이동 중 지붕의 채광판을 잘못 밟아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년간 현대제철 사망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 5월 전로제강공장에서 보수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배관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11월 현대그린파워 근로자 1명이 질식사했고 이번 추락사 1명을 포함, 올해에만 총 8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9월 철골 구조물 해체작업 중 철 구조물에 깔려 1명이, 10월에는 감전 후 추락으로 1명이 사망했다. 이어 11월에는 작업발판 설치 중 바다로 추락해 1명, 추락 후 감전으로 1명, 기계설치 작업 도중 기계에 몸이 끼는 협착 재해로 또 1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부터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사망자는 총 13명에 이른다.
물론 철강업계가 산업 재해 리스크가 큰 업종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연장선상에서 포스코는 지난 3월 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 크레인 운전기사가 크레인과 철빔 기둥 사이에 몸이 끼어 세상을 등졌다.
같은 달 파이넥스 1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직원 한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망은 면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과 7월에는 가스질식과 추락을 이유로 각각 1명이 사망했다.
아울러 세아제강 포항공장에서는 지난해 7월 이송라인 정비작업 도중 파이프 끝 부분에 머리를 부딪친 근로자가 병원 이송 중 눈을 감았고, 2010년 9월에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환영철강 29세 근로자 용광로 추락사가 발생했다. 29세의 젊은 청년이 작업 도중 발을 헛디뎌 1600℃ 쇳물이 흐르는 용광로에 빠진 것.
같은 해 8월에는 동부제철 인천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 중 600℃의 용광로에 빠져 전신 94%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11월에는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전기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세상과 작별했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철강업계 곳곳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현대제철의 상황은 특히나 심각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 5월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이후 한 달간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특별감독을 받은 바 있다.
이 결과 현대제철 893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안전관리에 대한 총체적 허술함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현대제철은 노동부의 점검 결과를 수용해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사망사고 재차 발생으로 할 말이 없게 됐다.
결국 현대제철의 잇따른 사망사고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현대제철을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현대제철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모니터링단을 구성, 매월 1회 이상 이행상황을 점검하는가 하면 현대제철 전담 '상설감독팀(3팀 6명)'을 구성해 상시 관리·감독을 실시하기로 한 것.
현대제철은 정부 대책에 대해 "정부가 결정한 데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방침은 수동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관제철소를 비로소 갖게 된 이때 '죽음의 공장' '노동자의 무덤' '위기의 기업'이라는 오명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안전점검을 해오던 분의 사고라 난감하다" "현대제철과는 무관한 현대그린파워에서 일어난 일이라 책임질 부분이 없다"는 식의 해명이 진심이라면, 잇따른 사망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 진짜 억울하다면 차라리 남몰래 굿이라도 한판 벌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 |
||
인재가 살아야 기업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