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3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이었는데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어제야 비로소 이번 기념일을 알게 됐습니다. 매년 4월20일, 우리나라가 지정한 '장애인의 날'만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날짜는 다르지만 기념일 취지와 목적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바로 장애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장애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장애인 권리 보장이 전제된 사회를 지양하는 뜻 깊은 날이라는 거죠.
물론 정부도 이 같은 사회를 만들고자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장애인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장애인의 날, 서울 광화문 광장이 절규의 목소리로 가득 찬 이유입니다. 이날 저 역시 광화문에 있었습니다. 이날 모인 장애인들과 관련 단체 등 참가자들은 '제21회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 및 투쟁 결의대회 후 릴레이 캠페인 선포식을 진행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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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는 장애인·관련 단체 참가자들과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 최민지 기자 | ||
참가자들은 이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했는데요. 사회·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의학적 기준만으로 장애 등급을 나눈 후 차등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비인간적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한, 이들은 부양의무제의 경우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실제 부양여부를 떠나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폐지해야 하는 제도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제도들은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닌, 옷에 몸을 맞추는 것과 다름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죠.
사실 이들이 더욱 거세게 분노하는 까닭은 품었던 희망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장애인단체 등으로 구성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장애인 연금 2배 확대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규탄했죠.
당시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는데요. 내년도 장애인연금에서 중증장애인 15만6000명은 배제됐습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월2일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연금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장애인 연금대상자가 소득하위 중증장애인의 70%로 정해졌기 때문이죠.
물론, 개정 전에는 소득 하위 63%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하게끔 돼 있어 연금지급 범위가 넓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선공약과 달라 장애인단체 등에서 지적하는 주요문제로 부상한 것이죠.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63%에서 70%로 확대했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빈축만 살 수 있죠.
아무쪼록 정부가 지난 대선 때 공약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내년 '세계장애인의 날'에는 장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대신, 즐거운 행사로 가득한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