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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건축사들, 다세대 주택 편법설계 빈축

道, 무더기 업무정지 처분 "건축주 잘못, 행정처분 수용할 수 없어"

장철호 기자 기자  2013.12.04 13: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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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건축사들이 '방 쪼개기'와 '옥탑방 증축'을 염두에 둔 편법설계를 하다가 적발돼 무더기 행정처분을 받았다.

4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남 19개 시·군 620개 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을 대상으로 건축행정건실화 점검을 통해 12개 시·군 258개소, 366건의 건축법 위반사례를 찾아냈다.

건축법 위반사례는 불법 대수선 및 용도변경으로 인한 가구수 증가 127건, 무허가 증축으로 일조권 및 건폐.용적률 저촉 133건, 부설주차장 및 조경시설 무단훼손 106건이 지적됐다.

도는 이를 근거로 해당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소명을 받은 뒤 업무정지 61명과 시정명령 24명,  모두 85명에 대해 최소 45일부터 최장 12개월 업무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다.

또 유지관리를 소홀이 한 건축주는 시·군에서 시정토록 조치하고, 미이행 때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건축사들은 건축법에 따라 전남도로부터 설계·감리·사용검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다세대 주택 4층 벽에 창문을 내고,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벽을 뚫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만, 이곳의 경우 가벼운 소재로 창문 위치를 메운 뒤 도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전남도  
다세대 주택 4층 벽에 창문을 내고,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벽을 뚫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만, 이곳의 경우 가벼운 소재로 창문 위치를 메운 뒤 도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남도

◆투기세력, 다가구·다세대 주택 과잉공급

전남도는 최근 일부 투기세력이 전남 도내 신흥 주택가를 중심으로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과잉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 주택들은 선량한 지역민들에게 매각되고, 투기 세력은 이를 자본금 삼아 인근에 또 다른 주택을 건축하면서 공실률을 높이는 동시에 도심 슬럼화를 가속시켰다. 반면 일부 주택은 소방도로가 막힐 정도의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투기 세력들은 전남도가 매년 20%가량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대한 표본조사를 하고 있는 맹점을 이용해 이같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실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150개소를 점검해 183건을 지적, 건축사 4명만 행정처분했었다.

   다세대 주택 설계도면. 4개의 투룸으로 설계 됐지만, 방과 방 사이를 여닫이 문으로, 뒷쪽방에 창고를 만들어 8개의 원룸으로 개조해 사용했다.  설계 당시부터 방 쪼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다세대 주택 설계도면. 4개의 투룸으로 설계됐지만, 방과 방 사이를 여닫이 문으로, 뒷쪽방에 창고를 만들어 8개의 원룸으로 개조해 사용했다. 설계 당시부터 방 쪼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증개축 이슈 두고 건축사 VS 전남도 입장 팽팽

행정처분를 받은 건축사들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준공 검사 후 건축주가 임의 증개축한 부분을 건축사가 책임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남도는 강경한 입장이다. 당초 설계에서 증개축을 염두에 둔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도가 제시한 자료사진를 보면 2층 4개 세대로 설계됐지만 1세대의 방과 방을 여닫이 문으로 설계하고, 출입문 반대편 쪽도 창고 출입문을 만드는 등 의도적 방 쪼개기 설계를 해왔다.

옥탑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옥상 바닥을 슬라브로 처리하고 벽을 뚫어 창문을 낸 뒤 단독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꼼수 설계를 했다. 해당 지역은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3층까지만 허용되지만, 위법 주택은 4층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조치를 받은 한 건축사는 "이번 무더기 업무정지는 전남도가 요구한 '2012 건축행정건실화 점검자료' 요청 공문을 거부한데서 비롯됐다"고 전제하고 "사용검사 후 건축주가 임의 시공해 발생한 위법사항에 대해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라며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다가구·다세대 주택 과잉공급으로 선량한 도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었다"면서 "이번 행정처분은 전남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감경 처분이며, 향후 행정소송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