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남 건축사들이 '방 쪼개기'와 '옥탑방 증축'을 염두에 둔 편법설계를 하다가 적발돼 무더기 행정처분을 받았다.
4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남 19개 시·군 620개 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을 대상으로 건축행정건실화 점검을 통해 12개 시·군 258개소, 366건의 건축법 위반사례를 찾아냈다.
건축법 위반사례는 불법 대수선 및 용도변경으로 인한 가구수 증가 127건, 무허가 증축으로 일조권 및 건폐.용적률 저촉 133건, 부설주차장 및 조경시설 무단훼손 106건이 지적됐다.
도는 이를 근거로 해당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소명을 받은 뒤 업무정지 61명과 시정명령 24명, 모두 85명에 대해 최소 45일부터 최장 12개월 업무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다.
또 유지관리를 소홀이 한 건축주는 시·군에서 시정토록 조치하고, 미이행 때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건축사들은 건축법에 따라 전남도로부터 설계·감리·사용검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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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 주택 4층 벽에 창문을 내고,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벽을 뚫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만, 이곳의 경우 가벼운 소재로 창문 위치를 메운 뒤 도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남도 | ||
◆투기세력, 다가구·다세대 주택 과잉공급
전남도는 최근 일부 투기세력이 전남 도내 신흥 주택가를 중심으로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과잉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 주택들은 선량한 지역민들에게 매각되고, 투기 세력은 이를 자본금 삼아 인근에 또 다른 주택을 건축하면서 공실률을 높이는 동시에 도심 슬럼화를 가속시켰다. 반면 일부 주택은 소방도로가 막힐 정도의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투기 세력들은 전남도가 매년 20%가량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대한 표본조사를 하고 있는 맹점을 이용해 이같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실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150개소를 점검해 183건을 지적, 건축사 4명만 행정처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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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 주택 설계도면. 4개의 투룸으로 설계됐지만, 방과 방 사이를 여닫이 문으로, 뒷쪽방에 창고를 만들어 8개의 원룸으로 개조해 사용했다. 설계 당시부터 방 쪼개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 ||
◆증개축 이슈 두고 건축사 VS 전남도 입장 팽팽
행정처분를 받은 건축사들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준공 검사 후 건축주가 임의 증개축한 부분을 건축사가 책임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남도는 강경한 입장이다. 당초 설계에서 증개축을 염두에 둔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도가 제시한 자료사진를 보면 2층 4개 세대로 설계됐지만 1세대의 방과 방을 여닫이 문으로 설계하고, 출입문 반대편 쪽도 창고 출입문을 만드는 등 의도적 방 쪼개기 설계를 해왔다.
옥탑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옥상 바닥을 슬라브로 처리하고 벽을 뚫어 창문을 낸 뒤 단독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꼼수 설계를 했다. 해당 지역은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3층까지만 허용되지만, 위법 주택은 4층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조치를 받은 한 건축사는 "이번 무더기 업무정지는 전남도가 요구한 '2012 건축행정건실화 점검자료' 요청 공문을 거부한데서 비롯됐다"고 전제하고 "사용검사 후 건축주가 임의 시공해 발생한 위법사항에 대해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라며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다가구·다세대 주택 과잉공급으로 선량한 도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었다"면서 "이번 행정처분은 전남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감경 처분이며, 향후 행정소송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