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연이어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물론 고위관료 출신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까지 책임론 운운하며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의 김정태 전 국민행장 징계 추진이 세금 계산상의 디테일 해석 논란이었고 근래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의 파생상품(CDS) 거래 문제를 문제삼은 사건은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결과론적인 추궁 아니냐(내부절차 위반이지만)는 소리가 나온 점을 생각하면, 근래 행보는 상대적으로 불편부당한 일처리로 평가받을 여지가 더 높다.
'특정 인맥 가지 쳐내기'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오히려 이 의견이 무색할 정도로 실제 이 사건들은 도덕적 비판의 여지가 큰 사안들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연이어 터진 이슈들로 어깨가 무거운 만큼 부담 역시 적잖아 묘수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 프라임경제 |
하지만 정작 저승사자로서의 위상이 부각되고 있지만 금감원이 만점을 받을 관리감독기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에는 여전히 약간의 여지가 남는다.
일본 내 지점 비자금 논란은 일본 금융청에서 짚을 때까지 선제적 체크를 하지 못했고, 시중은행 부당이득 반환 규모 역시 당초 보고받은 바에 못 미친다는 논란이 최근 불거지는 등 그물망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풀이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동양사태를 제대로 선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금감원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다. 공정함과 투명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근래 외국계 금융기관의 탈한국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규제의 투명성 부족으로 시장에서 이탈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다는 시각이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최수현 금감원장이 간담회를 열었을 때에도 이러한 질문이 나온 바가 있다.
최 원장으로서는 금융관련 행정지도를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등 감독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혁신적인 자세지만, 올해 들어 조금씩 윤곽을 갖추려했던 정책들을 다듬었다는 짠 평가도 가능하다. 금융위원회가 과거에 거론됐던 사항들을 근래 리터치해 금융비전으로 재탄생시킨 사안과도 흡사하다. 이는 어젠다 세팅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금감원이 이미 불거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의 중심에서 편파성 논란을 막고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펼치는 것으로 이번 구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선제적 가이드라인을 여럿 그려야 할 당위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소화하기 위해서도 이처럼 위상 정립을 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일럿(도선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다양한 더욱이 다소 부담스러운 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투명성이라는 방패 없이 업계에 이런 요구를 하기에는 과도한 관치 비판에 직면하기 딱 좋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와 관련 보험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RBC) 외에 책임준비금 평가제를 함께 챙기도록 업계를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일부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에 황색등이 들어온 게 아니냐는 점 등에서 미리 챙기면 좋으나 과도한 규제로 업계를 힘들게 한다는 볼멘소리를 살 여지도 있는 사항이다. 투명성과 업계 이해를 얻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일을 풀어가는 '그림'이 필요한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꺾기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는 등 금감원으로서는 현재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방위에서 전쟁을 치르거나 목전에 둔 상황이다. 넓게 퍼진 전선을 줄일 수 없다면, 무소불위의 군림하는 기구라는 평까지 등에 업고 맞게 될 최악의 사태만은 피하자는 묘수라는 점에서 최근 금감원의 투명성과 공정 이미지 내세우기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