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TV드라마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응답하라 1994'에 난데없는 '뉴코아백화점'이 등장하면서 순천 엔씨백화점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엔씨백화점은 이랜드그룹이 부도난 '뉴코아(NewCore)'을 인수해 NC(엔씨)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꿔 단 곳.
응답하라 1994(일명 '응사')는 하숙집(성동일·이일화)의 딸이자 농구선수 이상민의 열혈팬 성나정(고아라 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학생들의 '질펀한' 팔도 사투리가 볼 만하다.
극중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순천교통 아들로 나오는 '해태'와 하숙집 친구 '윤진'이 이른바 "누가 촌놈이냐"를 가리는 배틀.
-해태: 순천은 전남서 광주 다음으로 큰 도시여, 전남서 두번째로 큰 도시라고.
-윤진: 아야, 니지금 뭔소리냐. 참말로 뭣을 잘못먹었는 갑다. 전남 제2도시는 여수제. 여수는 인구가 18만이여. 순천은 16만이잖애.
-해태: 아니여, 진작 넘었어야. 시방은 17만정도 될 걸. 순천은 교통의 요충지 잖애. 아무리 좋은차 외제차 이러거 다 머한대. 경상도 넘어갈라믄 순천을 거쳐야 된디, 서울서 광양 여수 그런데 갈라믄 순천을 거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다 이말이지.
-윤진: 아따 머드러 차로 간대. 비행기로 가 불지. 아하! 순천은 공항없지, 공항도 없으면서 무슨 대도시대.
-해태: 아, 뉴코아백화점. 여수에 백화점 있냐. 하하하하. 어떻게 백화점 하나 없는디 대도시대. 우리는야 광양 넘어가는 길에 '뉴코아' 딱 들러서 거기서 메이커 옷도 사고 운동화도 사고 에스컬레이터도 타고 쭉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수영도 하고 우린 그라고 논다니까. (중략)
|
|
|
뉴코아 계열 '킴스클럽'이 지금은 뉴코아아울렛 의류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례동 서해아파트 주민 제공. |
케이블 TV 드라마 '응사'가 전남 동부권 사람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코드로 부상하고 있다.
당시 뉴코아 순천점은 대도시에나 볼 수 있는 수영장 딸린 백화점이라는 점에서 시골 사람들에게는 금세 명물이 됐다.
1992년 12월11일 개점된 뉴코아백화점은 당시 매장면적 6800평으로 전남권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개장했다. 영업상권이 여수·순천·광양 뿐만 아니라 고흥·보성·벌교를 겨냥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주말이면 전단광고가 멀리 경남 하동·진주까지 뿌려지기도 했다.
당시 뉴코아의 슬로건은 '풍부한 물량, 과감한 가격'이다. 뉴코아는 90년대 지방 소도시까지 진출하는 대담한 출점전략을 펴 업계판도를 바꿔 놓았다.
1997년에는 뉴코아 계열 대형마트 '킴스클럽'도 옆건물에 개장해 한 때 24시간 영업할 정도로 주야로 호황을 누렸다. IMF 환란에 뉴코아가 무너지고, NC백화점이 됐지만 여전히 '뉴코아'로 부르는 시민이 많다.
'응답하라 1994'에 뉴코아가 자주 언급되면서 입점주들도 "그땐 그랬지"하면서 '잘나갔던' 90년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응사' 영향인지 10월부터 매 주말이면 NC백화점 4거리가 승용차들의 행렬로 일대가 장사진을 이룬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때아닌 입소문에 백화점 측은 은근히 즐기면서도 표정관리가 역력하다.
내방객은 늘었지만, 실제 소비로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살짝' 엄살도 부린다. 올 매출목표인 1000억원은 상회하고 1100억원으로 예상하지만, 꼭 '응사' 후광효과는 아니라고.
NC백화점 순천점 관계자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 모두 영업익이 줄어드는 등 경기회복이 더딘데다 신대지구 아파트 입주 잔금을 치르느라 소비 지출을 줄인 것이 매출상승곡선이 둔화된 요인"이라며 "우리도 '응사'를 보고 많이 웃었고, 고객분들이 '응사' 얘기를 많이 하시지만, 11월 매출증가가 반드시 '응사'에 따른 효과라고 규정하기는 어렵고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