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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아파트부터 황무지까지, 진격의 곰팡이

하영인 기자 기자  2013.12.02 1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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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전에 대전에 내려갈 일이 생겨 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요. 근데 대문에 들어설 때부터 뭔가 집안에서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메주에는 누룩곰팡이 이외에도 푸른곰팡이, 검정곰팡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발효 과정에서 독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 하영인 기자  
메주에는 누룩곰팡이 이외에도 푸른곰팡이, 검정곰팡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발효 과정에서 독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 하영인 기자
베란다부터 대문까지, 그야말로 마루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냄새의 원인은 메주, 일반 주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메주를 아파트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곰팡이 꽃이 피고 미관상 좋지 않게 변하겠죠. 하지만 이 곰팡이들은 맛있고 건강한 장을 담그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잘 뜨는 메주로 장을 담가야 제맛이 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곰팡이가 잘 핀 메주가 바로 잘 뜨는 메주랍니다. 삭막한 아파트에서도 콩덩어리를 뭉쳐 놓으면 곰팡이가 핀다니 신기한데요.
 
메주에는 대표적으로 누룩곰팡이가 생기는데요. 이들은 효소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효소는 젖산균을 활성화하는 기능을 하고, 이 젖산균은 메주에 붙어 있는 곰팡이를 분해해 독성을 사라지게 하죠. 
 
곰팡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곰팡이의 이로운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만들어 인류를 구해낸 커다란 업적을 세우기도 했죠. 그런데 이 귀중한 페니실린의 고향은 실험실 한쪽 구석 접시에 핀 곰팡이. 이 약은 바로 곰팡이에서 추출해 낸 우연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또, 사이언스타임즈에 식물 뿌리에 공생하는 곰팡이 이야기가 실린 바도 있습니다. '균근균'이 자연 생태계의 탄소 수거에 큰 몫을 한다는 논문이 실렸는데요. 스웨덴 연구진들이 분석한 결과 조사한 숲의 탄소 50~70%가 균근균의 사체였다고 합니다. 또 균근균은 식물을 잘 자라게 도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남미에서는 카리브 소나무의 묘목을 균근균이 풍부한 묘포에 심었고, 그 결과 황무지가 숲이 우거진 비옥한 땅으로 변신했다는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곰팡이들은 이처럼 발효식품과 약품 제조, 아울러 생태계 유지에도 도움 주는 귀중한 생물이며 동시에 구석구석에 끈질기게 파고드는 진격의 생명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