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26일 경기 용인 르노삼성 중앙연구소를 방문한 프랑스 르노그룹의 최고 성과관리책임자(CPO)인 제롬 스톨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르노삼성자동차뿐 아니라 자동차업계의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는 방문 당시 "르노삼성차 부진은 비용 때문이며, 부산공장의 노동 비용이 높다"는 다소 경솔해 보일 수 있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르노-닛산 전체 글로벌 공장 중 중간 수준이며, 효율을 개선하지 않으면 공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부산공장을 폐쇄하다는 식의 '엄포성 발언'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발언은 생산효율을 더 높이지 않으면 물량을 해외공장에 빼앗길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업계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경쟁력 하락의 경우 르노삼성차가 아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경영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먼저 그의 말대로 르노그룹 인도 및 터키공장 등과 비교해 부산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별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이러한 비교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또 르노삼성차 부품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고가(高價) 지적이 이어졌다. 글로벌 아웃소싱 명목으로 수입부품에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비용이 더욱 오르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부산공장 플랫폼을 국내 평판이 좋은 닛산에서 르노로 바꾸며 상품가치 하락은 물론 라인업 확대 및 신차 개발 등에도 소홀해져 결국 소비자가 외면하게 됐다는 대외적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다른 국산 완성차업체 모델 풀체인지(Full change) 주기가 5년 안팎인 것과 달리 르노삼성차는 보통 7년 이상이다. 풀체인지 주기가 경쟁사에 비해 긴 르노삼성차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부산공장에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글로벌 하청기지'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신차 개발·생산·판매 구조에서 틀을 달리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런저런 결론을 종합하면 그가 언급한 것처럼 부산공장의 '경쟁력'관련 문제는 르노삼성차가 아닌 르노그룹 자체에서 찾는 게 맞다.
악화 요인을 제공하고 이제 와서야 고비용을 들먹이며 르노삼성차에 책임을 묻는 르노그룹에게는 '반구저기(反求諸己)'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