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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최적화' 임영록 리더십, 미생 돌파 가능한가?

우투 인수 여부로 리더십 판정할까…안정 속 역동이 진짜 숙제

임혜현 기자 기자  2013.12.02 07: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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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최근 사태와 관련한 단호한 뜻을 밝혔다. 1일 자원봉사를 위해 외출에 나섰다가 내놓은 이 발언에 지주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국민주택채권 등 문제가 연이어 터진 상황 속에서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이어 나온 입장 표명이라 더욱 그렇다.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임 회장의 사과 발언보다는 "우리투자증권에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는 말이 더 의미가 있다. 최고가 낙찰 원칙에도 '흠'으로 인해 인수에 차질이 올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국면에서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결을 할지, 아니면 야심차게 나섰다가 인수에 실패할 경우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로 거셀 것이냐가 이슈의 관건이다.

지난 지도부 시절 잉태된 이 사건 때 임 회장은 지주회사 사장, 이 행장은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일해 왔다. 특히 이 행장은 리스크담당 부행장을 맡았던 만큼 금융감독원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실제 일정 부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나, 묵은 문제가 터졌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이들이 직접적 타격을 얻을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

관료 출신과 연구원 출신으로 외부 발탁된 인사들인 만큼 내부 추스르기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큰 대신 변화 추진에는 더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결국 이번 인수전 국면에 설사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도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상황으로 이끄는 역전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확보했던 조직 장악력까지 모두 잃는 지경까지 처하기 보다는 '내부 개혁 명분'이라는 반대급부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는 것.

이렇게 전개된다면 우리투자증권 인수 국면에 문제가 발생해도 같은 관료 출신인 임종룡 NH금융 회장과의 대결이라는 자존심 싸움 문제만 빼면 크게 잃은 것은 없다는 계산으로도 연결된다.

'미생' 우려 여전? 집짓기 매몰과 폭주 사이 '황금비'는?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연이은 잡음 속에서 어떻게 조직을 추스를지 주목된다. 사진은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 KB금융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연이은 잡음 속에서 어떻게 조직을 추스를지 주목된다. 사진은 영업점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 KB금융

당장의 타격이 없는 국면. 바둑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미생(未生)'의 상황인 셈이다.

KB의 현재 입장과 임 회장 개인의 이력을 겹쳐 보면, 이번 상황에서도 그가 쌓아온 개성이 발휘될 지에 주목된다.

임 회장은 서울대학교-행정고시를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일해 왔다. 얼핏 거친 자리들만 보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꼽히는 재경직 중에서도 우수인재로 보이지만, 상대나 법대 출신이 강세인 곳에서 비주류인 사범대 출신이 갖는 한계로 불이익 아닌 불이익을 받은 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때를 잘못 타서 타격을 받은 일도 있다. 하지만 항상 꼬인 실타래를 차곡차곡 풀어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인사교류 차원에서 외교부에 파견을 나가게 됐을 때 재무 관료로서는 경력이 끝났다는 평도 있었으나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업무에서 족적을 남기고 금의환향했다.

이후 참여정부 정권에서 차관직을 지냈다는 점이 작용해 더 좋은 자리는 노리지 못하고 야인이 됐다. 하지만 결국 2010년 KB금융에 안착하게 됐고 2011년 5월 개각 국면에서는 기재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등 세파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바둑에서처럼 집짓기에 주력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거나 늘 '위기 관리의 매뉴얼'에 강했다고 요약할 수도 있다.

다만 집짓기에 강점을 보이던 이가 갑작스럽게 어울리지 않는 싸움에 나서도 문제가 생기는데 최근 그의 행보에 이상 징후와 그 여파 우려가 없지 않다. 바로 취임 후 조직 직접 장악을 노린 것으로 풀이됐던 사장직 폐지 등이 안정적 집짓기식 내부 추스르기에서 도움이 될 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지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문제다.

임 회장은 신임 회장 당시 KB금융 내 인사들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아니어서 오히려 사장, 행장 등은 KB 출신을 둘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같은 러닝메이트 구성 대신 일은 반대로 풀렸다. 행장은 연구기관에 오래 몸담던 이가 발탁되는 등 사실상 외부인사며, 사장직 등도 효율화를 이유로 폐지하고 나섰다.

현재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외부 출신이 회장과 행장을 맡고 있는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내부 쇄신 명목에 따라 책임론을 피하기도 쉽지만, 지금 내부 정비 단추를 잘못 꿰면 앞으로의 국면은 전체적으로 어그러질 우려가 크다. 특히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국민과 주택 간 파벌문제 등에서 그런 가능성이 높다.

취임 초기부터 사과를 하러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린 임 회장. 하지만 이런 난관 속에서 임 회장이 집을 차분히 지어가면서도 제때 포인트를 줘서, 정작 원하는 대마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