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3년전 커피믹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로 커피믹스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남양유업. 당시 시장은 동서식품과 네슬레 2강 구도가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었다. 때문에 남양유업의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6개월 만에 네슬레를 제치고 시장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 경쟁사는 물론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며 커피사업을 강화해오고 있다.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 남양유업은 이러한 커피사업을 향후 50년을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회사의 명운을 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남양유업은 신성장동력인 커피사업 강화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내 토종기업 중 최대 규모의 커피전용공장을 준공하며 커피사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남양유업 커피사업의 밑바탕이 될 커피전용공장을 찾아 청사진을 엿봤다.
지난달 29일, 나주시에 들어서자 군데군데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배나무 밭이 시선을 끌었다. 목적지인 남양유업의 나주 커피전용공장을 향해 차로 조금 더 달려가자 사방이 배나무 밭으로 둘러싸인 커피전용공장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장이 위치한 나주시 금천면 면적의 80%가 배밭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사방의 광경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난 2008년 완공된 우유공장과 마주해 지어진 커피전용공장은 잘 지어진 도서관이나 미술관을 연상케 했다. 유리와 나무틀 형태로 꾸며진 외관은 조경수와 어우러져 자연친화적인 느낌마저 풍겼다. 이 커피전용공장은, 공장은 차갑고 삭막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날려 보냈다.
◆국내 기술로 최첨단·자동화 설비 일궈내
총 10만1063㎡ 부지에 연면적 2만6061㎡(8000여평), 5층 규모로 지어진 커피전용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생산동 입구로 들어섰다.
커피믹스가 생산공정을 순서대로 살펴보기 위해 가장 먼저 원두입고실로 향했다. 까다로운 보안관리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만큼 몇 개의 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원두입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기술로 최첨단 설비를 갖춘 남양유업 나주 커피전용공장 전경. ⓒ 남양유업 |
다음 단계인 로스팅 과정을 보기 위해 로스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스터실에 들어가는 것도 원두입고실만큼 만만치 않았다. 복도를 이리저리 꺾어 들어가는 탓에 직원의 안내를 받지 않았다면 공장 안에서 자칫 길을 잃기 쉬워 보였다. 또한 외부 오염물질 차단을 위해 2중, 3중으로 설치된 커튼식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줄들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마치 장애물 피하듯 요리조리 잘 살피며 이동해야했다.
원두가 볶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로스터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큰 기계설비들만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 남양유업 커피전용공장에서는 원두를 열풍식 로스팅 공법으로 원두를 볶아낸다고 하는데,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어 원두를 공중에 띄워 고루 볶는 것이라고 한다.
서호수 남양유업 FD사업단장은 "원두를 드럼통에 넣고 굴려가며 로스팅하는 드럼방식 로스팅 공법에 비해 빨리, 고르게 볶아져 원두 맛이 균일한 장점이 있다"며 "또 한 번에 총 300kg의 원두를 로스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터실에서 개별 특성에 맞게 로스팅된 원두는 제품 특성에 맞게 배합(혼합)된다. 이렇게 혼합된 원두는 저온추출 및 듀얼 추출 시스템으로 추출되고 농축과정을 거쳐 공장 4층의 동결건조실로 자동으로 보내진다.
◆"유가공 노하우 알려주며 커피기술 배우기도"
오염물질 유입 방지를 위해 에어샤워기를 통과한 후 4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동결건조실로 들어가자 이번엔 기계설비 대신 커다란 컨테이너를 몇 개나 이어놓은 길이의 별도 공간이 설치돼 있었다.
이 공간이 바로 커피 농축액이 동결건조되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 동결건조 설비는 남양유업 커피전용공장의 중점 설비 중 하나로, 이 공법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Freeze Drying의 철자를 따서 커피공장을 'FD공장'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 같은 동결건조 설비를 비롯한 커피전용공장의 생산설비와 기술은 남양유업의 자부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설비와 공정을 국내 기술로만 일궈낸 데다 국내기업 최초로 외국에 로열티를 주지 않는 커피제품을 생산을 실현해냈기 때문.
공장 1층 원두입고실로 운반된 원두는 자동 원두이송시설을 통해 공장 외부 사일로로 옮겨져 저장된다. ⓒ 남양유업 |
이러한 설명을 듣자니, 눈앞의 동결건조 설비를 비롯해 앞서 봤던 설비와 공정들이 새삼 달라 보였다.
동결건조실에서는 말 그대로 커피 농축액이 동결건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선, 동결과정을 먼저 거치게 되는데 수도꼭지와 유사한 설비에 의해 커피 농축액이 컨베이어에 흘러내려와 펼쳐지게 된다. 거대한 판 초콜릿과 같은 형태로 펼쳐지며, 이 농축액이 펼쳐진 컨베이어는 영하 5℃에서 영하 20℃, 영하 54℃까지 점차 온도가 내려가는 동결실을 자동으로 통과하며 딱딱한 초코바 형태로 얼어 굳게 된다.
영하 54℃까지 내려가는 동결실은 안전상 위험으로 인해 함부로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생산·관리 직원들 역시 중앙통제실에 통보 후 2인1조를 꾸려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다고.
동결실에서 동결된 커피 농축액은 분쇄돼 공장 2층의 건조실로 보내진다. 건조실에 들어가자 진하고 강한 커피 향이 확 풍겼다. 커피 향의 근원지를 찾아 사방을 살폈지만 어디에서도 커피는 물론 커피가루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름이 족히 1m는 넘을 것 같은 붉은색의 큰 파이프 설비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 설비가 바로 건조기란다. 시간당 550kg의 커피를 건조시킬 수 있어, 단일 생산 캐파(capacity, capa)로는 세계 최대 설비다.
동결상태의 분쇄된 커피가 30m에 달하는 건조기를 통과하면서 건조된다. 건조기는 고체상태(얼음)가 액체상태를 거치지 않고 기체상태로 변하는 승화원리를 이용해, 동결된 커피 농축액의 얼음과 수분만을 제거해 커피고형분과 맛, 향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공정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까지 고려해 설계
마침, 분쇄된 커피가 건조실에 투입되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분쇄 커피는 네모난 트레이(tray)에 10kg씩 담겨져 건조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건조실에는 온도 등에 따라 총 10개 구역(존)으로 나뉘는데 한 구역마다 총 15개씩 층층이 쌓인 트레이가 3줄씩, 45개 트레이가 투입돼 건조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건조실에 들어간 분쇄 커피는 총 4~5시간의 건조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형 커피건조기. ⓒ 남양유업 |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FD공장에서는 연간 총 7200톤의 동결건조커피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이를 커피믹스로 환산하면 50억개를 생산할 수 있다"며 "국내 커피믹스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고려해 설계한 규모"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국내에서도, 세계에서도 이러한 신개념, 최첨단 설비의 공장은 없다"며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커피수출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커피공장 1층에는 '더카페'라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등 남양유업 커피제품에 사용되는 원두를 이용해 직접 로스팅해 커피전문점과 같은 커피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널찍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공간과 남양유업 제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를 사용한 커피, 디저트는 웬만한 커피전문점 못지않았다.
이 카페는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개방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커피, 식품 관련 서적 수백권을 구비해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색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