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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25] 노점서 대학으로 '와플대학협동조합'

노점 시작 5년 만에 협동조합 도약…12가지 수제크림·공정무역 커피사업

이정하 기자 기자  2013.11.29 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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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08년 봄,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문을 연 와플대학이 협동조합으로 새롭게 변신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손정희(53)씨가 '천원의 행복'이라는 로고로 시작한 노점상은 12가지 크림을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강점이 주변 대학가에서 입소문을 타며 학생들의 단골 간식거리로 유명해졌다.

  와플대학 경복궁 캠퍼스. 하굣길에 간식으로 와플을 먹기 위한 대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 하영인 인턴기자  
와플대학 경복궁 캠퍼스. 하굣길에 간식으로 와플을 먹기 위한 대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 하영인 인턴기자
지금 이름도 와플을 사먹던 학생들이 집적 지어준 것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와플대학은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재정비를 거쳐 지난 3월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났다.

배화여자대학교 앞에 위치한 와플대학 경복궁 캠퍼스에서 협동조합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손삼일 마케팅사업부 본부장(46)과 손재원 마케팅 전략팀 차장(37)을 29일 늦은 오후 만날 수 있었다.

닮은 외모의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사촌지간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손정희 와플대학 전무이사는 사촌누나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롤모델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한살림'을 꼽고 싶어요. 와플대학 본사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했는데요. 한살림도 저희 회사 근처에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국 조합원이 모여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봤는데 솔직히 부럽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앞으로 우리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직 갈 길이 멀죠."

◆단골 대학생들에 검증받은 맛…12가지 크림 강점

협동조합 설립 8개월 남짓, 손 차장은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15개 정도였던 점포가 10곳 정도 더 늘었으며,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과거 구두계약이 절차를 갖추게 돼 덩달아 회계제도도 투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장 조합원들도 소속감을 갖게 돼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좌로부터 손재원 마케팅 전략팀 차장, 손삼일 마케팅 사업부 본부장. 둘은 사촌지간이다. = 하영인 인턴기자  
좌로부터 손재원 마케팅 전략팀 차장, 손삼일 마케팅 사업부 본부장. 둘은 사촌지간이다. = 하영인 인턴기자
그는 조합 매장이 늘면서 거래 규모가 커져 주재료인 와플 믹스를 (주)삼양사와 개발해 생산하게 됐고 지난 6월에는 유통 판매업 등록을 통해 판매사를 와플대학으로 인쇄한 차별화 제품이 나오게 됐다고 부연했다. 또한 토스트와플과 핫도그와플, 두 가지 신제품이 개발됐고 특허 등록도 마쳤다고 말을 보탰다. 

와플대학이 타 협동조합과 달리 제도권에서도 약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손 본부장은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제도권에 들어왔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성공리에 안착할 수 있던 배경에는 조합설립에 따라 생겨난 사업체가 아니라 그간 꾸준히 아이템을 내고 고민했던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다소 높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맛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남들이 생각하기에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와플의 기본 반죽믹스도 연구원들과 협업을 통해 지금에 이르게 됐고, 와플 안의 크림도 여러 시도 끝에 현재 12가지 맛으로 고정화됐다"며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놨다. 지금도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해 단맛을 30% 정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 중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와플대학은 1년 전부터 커피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와플과 커피 매출 비중은 7대 3정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기부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와플대학이 취급하는 커피는 '비마이프렌드(Be My Friend)'로, 이 브랜드는 시중의 가난한 커피 농가를 돕는 공정무역 커피만 판매한다.

◆정부 도움 아쉽지만 입소문마케팅으로 승부

손 본부장은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원두 값이 정말 비싸다는 애교 섞인 푸념과 함께 남을 돕는 일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나 협동조합 열풍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하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처음부터 뭘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설립부터 운영까지 정부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협동조합 성공사례로 저희 이름이 오르내리는데요. 사실 저희는 그동안 쌓아온 시간이 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조합법 이후 생겨난 곳은 아니거든요. 간접적으로 도움 받은 것도 있지만 실질적 지원이 없어 아쉬웠어요."

   12가지 크림을 넣어주는 와플이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 대학생들이 이름을 '와플대학'이라 부르게 됐고, 지금의 상호를 갖게 됐다. = 하영인 인턴기자  
12가지 크림을 넣어주는 와플이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 대학생들이 이름을 '와플대학'이라 부르게 됐고, 지금의 상호를 달게 됐다. = 하영인 인턴기자
이 같은 대답에 손 차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전적으로 공감했다. 손 차장은 기존 사업투자를 통해 점포를 질적·양적으로 확장하는데 힘을 쏟고자 했고 지원금이 있다는 소식에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었지만 나중에 관련 자체단체에서 '전면보류' 답변을 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조합 설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의 흐름"이라며 "지원금이나 대출지원 등의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으나 기준을 까다롭게 해 정말 필요한 곳은 도와줘야 협동조합이 우리사회 속에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요청도 덧댔다.

마지막으로 와플대학에 준비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과 향후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손 본부장은 지금하고 있는 와플을 넘어 아침메뉴 개발을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매장을 좀 더 세련되게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매장에 힘을 쏟을 계획이에요. 매장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안에 갖춘 주방용품 등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고요. 테이크아웃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 형식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저희가 잘하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탈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