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를 현행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개발원은 28일 '자동차보험 개별 할인·할증제도의 평가와 개선' 공청회를 열고 현행 할인·할증제도를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살폈다. 현행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는 1989년 도입 이후 꾸준히 보완, 시행해 왔으나 사고내용별 점수제 등 기본골격은 도입당시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자동차보험시장은 대형 인적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사고 야기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사고 점수별 할인할증제도가 도입됐으나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상황을 보면 경상사고나 물적사고 비중이 높아져 현행 제도가 본래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져 왔다.
◆무사고자 보험료 인하 '보험료 부담 형평성 제고'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경주 홍익대 교수는 "사고내용별 점수제를 사고건수별 할인할증제로 전환할 경우 사고발생자 등 위험도가 높은 가입자에게 위험수준에 상응하는 보험료 할증을 통해 대다수 무사고자(전체 80%)의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사고자에 대한 보험료 인하는 36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현행 제도에서 최초 가입 후 4년간 무사고를 유지했을 때 4년간 보험료는 342만5653원이지만 제도 변경 후에는 329만7465원으로 12만8184원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사고할증 후 할인유예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사고예방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지금까지 사고를 낸 뒤 3년이 지나야 무사고 할인이 가능했지만, 이를 1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할인할증 평가적용단위도 변경된다. 개인용 평가적용단위를 '피보험자 및 자동차'로 변경해 다수 차량 보유자와 1대 보유자 간 보험료 부담 불균형을 해소시킨다는 복안이다.
현행 제도는 2대 이상 차량 소유 때 피보험자와 실제 운행자가 서로 다를 가능성이 높으나 동일한 등급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운전자가 다름에도 차량 다수보유자의 경우 실질적 위험도에 비해 보험료 할인이 과다해 불합리가 존재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의 평가기준이 상대적 부유층이라 할 수 있는 2대 이상 차량 보유자에게 과도한 혜택임을 감안할 때 평가기준의 변경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제도변경으로 인해 총보험료 수입은 늘어나지 않으나 향후 사고 예방촉진에 따른 사고율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검토안에 의할 경우 위험에 따른 적절한 보험료 부과와 가입자 간 형평성 제고 사고 예방을 통한 사회적 비용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손해율 인하 가능" VS "가벼운 사고에도 부담 증가"
주제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건수제 도입에 찬성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보험사 손해율 인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수제로 변경된다면 현재 보험료 할증제도가 단순화돼 고객에게 분명히 설명해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안전운전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 연구위원은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사 적자가 문제 돼 왔는데 현재 보험료 인상이 어렵고 지급보험료 또한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장 좋은 건 사고 발생장치를 줄이는 것인데 건수제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을 보탰다.
할인할증 평가적용단위 변경에는 다수 차량 보유자의 보험 부담이 크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춘근 동부화재 이사는 "다수차량 보유자의 할인혜택을 줄이는 것은 큰 반발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개별 보험사 상품으로 따로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해외에서도 세컨드 할인 등의 상품을 두고 있다"고 현장 실무자 입장에서 조언했다.
건수제 전환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종원 YMCA 실장은 "건수제 전환은 사실 사망사고가 많이 줄고 경상사고가 늘어 손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결론적으로는 경상사고에 대한 보험료 인상으로 봐야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소액·경상사고에 대한 보험료 인상, 다중차량 보유자 문제보다 외제차 보험료 문제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향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댔다.
이 밖에도 건수제로 변경하면 현장에서 현금으로 처리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