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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율촌면 봉두마을 곳곳에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주민들은 송전탑 전파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추가공사는 막겠다는 입장이다. = 박대성 기자 |
[프라임경제] 전남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 주민들이 한전에 송전탑 이설을 요구하는 가운데 군소정당인 정의당 소속 천호선, 김제남 의원이 마을을 찾아 송전탑 건설중단과 합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27일 봉두마을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수산단 전력공급을 목적으로 시작된 송전탑 공사가 공익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주민의사를 짓뭉게는 방식으로 강행된다면 그 정당성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며 주민들과의 합의기구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곳 봉두마을은 송전탑은 여수산단 전력공급을 목표로 1970년대부터 마을 곳곳에 19기가 세워졌으며, 최근에는 율촌변전소에서 여수산단간 20km 구간에 154kV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추가로 6기 설치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마을에는 총 25기의 송전탑이 들어선 상태다.
이에 주민들은 한전과 수차례 반대의견을 제시하는가 하면 환경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산업통상부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법대로'를 천명한 행정기관에 번번히 묵살됐다.
주민들 송전탑 추가건설에 반대하며 △송전탑 우회가 불가능하다면 땅을 내놓을테니 마을 뒷산으로 옮겨줄 것 △1970년대 이후 세워진 19기의 송전탑 과정에서 주민설명회가 생략된 이유 설명 △송전탑 추가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합의기구를 만들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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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율촌 봉두마을 주민들이 천호선, 김제남 정의당 의원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대성 기자 |
주민들은 특히 밀양과 달리 여수 봉두마을은 송전탑이 마을을 관통하고 있어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차선책으로 마을 뒷산을 제공할테니 추가 설치 중인 송전탑 6기를 옮겨달라고 읍소했지만, 한전은 예산과다를 이유로 주민들의 민원을 들으려하지 않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특히 변전소에서 여수산단까지 20km 송전탑 연결과정에서 다른 마을의 경우 우회해 야산에 송전탑을 설치한 것과 대조적으로 봉두마을은 기존 19기에 추가 6기가 마을을 관통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사편의식 발상이라며 한전의 행태를 성토하고 있다.
'율촌면 봉두마을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3일 한전 직원이 측정한 전자파 측정결과 2.1mG(밀리가우스)에서 최고 8.7mG로, 전자파 국제기준치 2mG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며 "전자파가 4mG를 넘길 경우 각종 암 발병률이 5.6배 증가한다는 보고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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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율촌면 봉두마을을 관통하는 송전탑 건설현장 = 박대성 기자 |
주민들은 특히 "송전탑이 들어선 이후 마을주민 30여명이 암과 백혈병으로 숨지거나 투병생활을 하고 멀쩡한 어미소 30여마리가 폐사했으며, 사산과 기형염소가 속출하는가 하면 벌 유충이 녹아내려 양봉업을 접는 실정"이라고 증언했다.
주민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송전탑에서 "윙~윙하는 소리에 잠을 설칠 정도"라며 '막가파식' 정부의 송전탑 공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주민은 "인체에 해가 없다면 한전 직원들이 여기서 살아봐야 속을 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천호선 의원과 함께 동행한 김제남 의원은 "선진국은 이미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고 있고 땅에 묻으면 돈이 더 든다고 하는데 엉뚱한 데 새는 돈만 아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금은 이런 곳에 쓰라고 걷는 것으로 전기가 선로를 타고 가야지 주민들의 생명을 타고 가서는 안 된다"며 "정의당은 불편부당함을 없애기 위해 법안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일부 주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컨테이너 사무실을 세워놓고 송전탑 공사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한전의 154kV 송전선로 사업은 현재 공정율 90%로 주민들 민원에 공사는 잠정 중단됐으나, 강행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물리적 충돌도 예상되고 있다.
앵무산 줄기로 자리잡은 이 마을은 500여년의 마을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금은 8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들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