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체에 백해무익하다 일컫는 담배와 술. 이를 접하는 연령층은 해가 갈수록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 말라면 이상하게 더 하고 싶어지는 심리. 작은 호기심으로 해본 한두 번의 경험은 결국 끊고 싶어도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중독의 늪으로 이어진다.
이를 예방·보호하는 것은 물론 전문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백방으로 노력 중인 곳이 있다. 서울 을지로5가에 위치한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Youth Anti Smoking & Drinking Association, 이하 YNSA) 윤종필 회장을 만나봤다.
◆일본·홍콩 이어 아시아권 세 번째로 국제금연학회 개최
때는 2000년대 초. 담배사업이 한창 떠오르던 중이었다. 국방부 3대 여성장군 출신이던 윤종필 YNSA 회장은 당시 건강증진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면세담배 가격은 무척 저렴한 250원으로 군 내부에서 유통됐다. 병사들에게 달마다 지급된 담배 한 보루와 '담배 일발 장전'이라는 명령어(?)는 이미 케케묵은 과거지사였다. 그야말로 '군대에서 담배를 배우는' 시대가 지속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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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SA는 지난해 대구에서 국제금연학회(ISPTID)를 개최했다. 이번 학회는 아시아권에서 세 번째로 열렸으며 세계 각국 전문가들이 모였다. 학회 당시 윤종필 회장(우측 네 번째)과 관계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 ⓒ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
하지만 윤 회장은 이와 반대로 군대가 담배를 끊는 곳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겼다. 단계적으로 담배보급을 줄인 윤 회장의 꾸준한 노력 끝에 결국 2009년 면세담배 금지에 성공했다.
YNSA는 초창기 성인 위주로 금연·금주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술·담배에 노출되기 쉬운 청소년들을 예방·보호하기 위한 금연정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청소년기에 술·담배를 멀리해야 성인이 돼서도 이를 거부할 힘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학술적으로도 이바지하는 YNSA는 작년 대구에서 국제금연학회(ISPTID)를 개최한 바 있다. ISPTID는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세계금연대회의 학술적 깊이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전문가들이 따로 힘을 합치고자 만든 학회다. 특히 학회는 일본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권에서 세 번째로 주최한 자리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한다.
◆회원만 청소년 1500명, 성인은 3000명 정도… 수혜자 측정 불가
2001년 법인을 설립한 YNSA는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그동안 YNSA를 거친 사람들의 수를 헤아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년 1만명이 넘는 인원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회원 수만 무려 청소년 1500명, 성인은 3000명 정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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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지도 아래 체험부스를 경험 중인 아이들이 건강한 폐와 폐암에 걸린 폐를 비교하고 있다. ⓒ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
이는 모두 YNSA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러 분야 프로그램 덕분이다. 교육청과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YNSA는 학교별로 찾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금연담당 교사들을 지도 교육한다. 심지어 부산 해운대든 광안리 해수욕장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캠페인을 열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MBC스페셜 '편의점에서 길을 묻다'와 KBS소비자고발 '담배사업법의 문제점 및 담배회사 전략' 등 방송제작도 돕고 있으며 직접 촬영한 고가의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기까지 한다.
가장 호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관례처럼 여기는 백일주를 막기 위한 '건강열차' 운영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술·담배 때문에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학생들 150~200여명을 대상으로 1박2일간 진행한다.
'건강열차'의 인기비결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잘 짜인 구성에 있다. 마치 실제 술을 마신 것과 같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체험 및 군 전방 병영체험 등 인성교육부터 안보교육에 이르는 토털케어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윤 회장이 만나는 청소년은 교육청이나 보건소를 통해 강의를 나가서 보게 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담배를 피다가 혹은 술을 마시다가 적발돼 반강제적으로 만남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이렇게 원치 않는(?) 만남으로 시작되지만 금연 성공률은 무려 18%에 달한다. 이는 사비를 털어 손수 도시락까지 만들곤 하는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주면 아이들도 곧 마음을 열게 된다"며 "최소 3일에서 5일간 만나며 정을 쌓고, 강의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미소 띈 얼굴로 말했다.
◆YNSA 지침 '사업운영과 금전적 이득은 별개'
YNSA는 학교나 관공서 등에 전문강사를 파견하는 교육산업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버는 수입은 한 차례에 7만원에서 10만원 정도. 그러나 사실상 기름값 등 각종 부가비용을 빼고 남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건강한 폐와 폐암 걸린 폐 등을 갖춰 놓은 체험부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한 번 설치 때 50만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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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YNSA) 윤종필 회장. = 정수지 기자 |
YNSA의 작년 연매출은 4억6000만원. 취급 업무의 종류와 범위, 경기 북부·청주·대구·광주 전남·부산 지부 등 5지부나 있는 사업 규모에 비하면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윤 회장은 "YNSA의 지침은 '우리는 돈 버는 곳이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수익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만 있으면 충분하고 매출 상승보다는 미래에 청소년들이 갈 길을 닦아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역설이다.
현재 YNSA는 근원적인 상황과 연계한 인성교육을 구상 중이다. 술과 담배에 국한하지 않고 청소년들이 술·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게끔 한 '환경'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만큼 지역 곳곳으로 지부를 확장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윤 회장은 사업의 최종 지향점을 언급했다.
"YNSA가 할 일은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건강한 성인이 돼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청소년 흡연율이 낮아져 저희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