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공동 주최로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3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이날 박람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구직을 희망하는 3만여명의 인파들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정부는 이번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재취업을 바라는 주부나 퇴직한 중년·학업과 일을 병행하고자 하는 근로자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 사업주와 협의해 근로시간, 업무시작과 종료시각 등 근로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고용불안을 겪는 기존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와는 달리 기본적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임금, 복리후생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차별 없는 일자리다.
이날 박람회에는 10대 그룹 82개사가 참여,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뽑기 위한 채용설명과 원서접수, 현장면접이 진행됐다. 10개 참여그룹은 박람회를 통해 심리상담사, 통·번역사, 변호사, 약사 등 상당수의 전문직종을 포함해 150여개의 다양한 직무 분야에서 1만여명의 근로자를 채용할 예정이다.
10개 주요기업이 참여한 시간선택제일자리 채용박람회에서는 구직희망자들의 원서접수·취업컨설팅·현장면접이 이뤄졌다. = 추민선 기자 |
이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곳은 삼성관이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SDI, 호텔신라 등 20개 계열사에서 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김종헌 삼성전자 상무는 "예상보다 1.5~2배 가까운 인파가 몰려 놀랍다"며 "시간선택제 도입을 위해 기존 직무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직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근로자들과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업무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CJ그룹과 신세계는 자사 브랜드 커피와 스낵을 방문객들에게 무상제공해 관심을 끌었다. 두 그룹의 행사부스는 특히 30대 이상 여성 구직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신세계의 그룹의 경우 1006명 모집에 4170여명이 접수, 26일 오후 5시 기준 4.1대 1정도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외에도 △롯데 △한진 △한화 △sk그룹의 행사부스 역시 시간선택제 일자리 취업에 관심을 가진 여성 및 중장년층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모집 공고도 이어졌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주당 20시간의 시간제 일자리를 모집하고 있다. 급여는 100만원 수준이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한국산업인력공단, 국방과학연구소, 한전KDN(주) 등도 주당 20시간 근무, 월 급여 100만원가량의 근무조건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를 모집했다.
이날 오전 방문객을 2만여명으로 추산한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직접 세어 보지 못했지만 보통 이 정도 방문규모면 엄청난 성황"이라며 "오전 방문객 규모만 해도 다른 박람회의 하루 방문객 수와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예상을 웃돈 3만여명 구직자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 대통령 "일자리 개념도 바뀔 수 있는 것"
이날 박람회에는 박 대통령이 참석해 주요기업들의 채용면접을 둘러본데 이어 경력단절 여성들과 구직자, 기업관계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실시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우리가 기존의 시간 일자리라고 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안정적인 고용과 근로조건에 있어 차별이 없고 향후 조건이 맞으면 전일제 전환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를 발전시키는 패러다임도 시대에 따라 바뀌듯이 일자리 개념도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여성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가정을 잘 돌보면서도 일을 하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여성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형편에 맞게 일할 기회를 갖고 사회에 적극 참여할 때 윤택한 삶과 더불어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균석 노사발전재단 팀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은 정부의 고용률 70%달성 로드맵을 위해서라기보다 장시간 근로환경 개선, 양질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아울러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저출산·고령화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노동가능인력을 확충,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를 증가시킴으로써 국가 재정 강화 및 세대 간 부양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를 위해 노사정의 협력을 통한 공감대 확산과 시간선택제에 대한 대국민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 활동을 적극 전개할 예정이라는 언급도 더했다.
◆계획없는 방문 VS 채용의지 없는 기업
정부의 경력단절여성 및 퇴직자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구직자와 기업채용담당자 사이에서는 아쉬움이 터지기도 했다.
출산과 육아로 10년전 회사를 그만둔 김미혜씨(40·주부)는 시간과 요일을 선택해 일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았지만 근무지역이 지방이거나 채용계획이 없는 곳이 많아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박람회를 찾은 박상진씨(62·퇴직자) 역시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해서 찾았지만 실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반면 구직자 면접을 진행했던 기업인사담당자들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콜센터 상담직원채용을 진행했던 LG그룹 한 담당자는 "한 부스에서만 80여명의 채용상담을 진행했지만 실제 근무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 남짓으로 10명의 구직자 역시 2차 면접과 서류심사를 통해 업무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며 구직자와 다른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에 지원하지 않고, 무조건 지원부터 하자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시간선택제 근무를 희망하는 구직자들은 기업별 채용정보와 자격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 신청할 것"을 부탁했다.
◆박람회 앞서 '시간제 일자리 거부 선언' 소동도
이날 박람회 입장 30분전, 박람회장의 출입구 앞에서는 민주노총의 '시간제 일자리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박람회에 앞서 민주노총의 '시간제 일자리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추민선 기자 |
이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대기업들이 정부의 시간제 확대에 앞장서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이며 시간제 채용박람회는 노동자 착취박람회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율과 유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477조원에 이르고 유보금액 규모는 삼성이 절대 우위였으며 사내 유보율은 롯데그룹이 가장 높았다"며 "돈이 넘쳐나는 대기업 삼성(시간제 6000개)과 롯데(시간제 1944개)가 저임금 알바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선봉기업으로 나섰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는 현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기저귀·분유 값이나 버는 용돈벌이용 저질 시간제 일자리만 창출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부위원장은 아울러 "삼성을 비롯한 10대 기업들은 지금 있는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는 고사하고, 오히려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려 한다며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